"카카오 독점 왜 문제인지 알겠다" 먹통 10시간에 '탈카카오' 선언
카카오 서비스가 멈춘 지난 15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문래역 근처에는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의 줄이 이어졌다. 시장 점유율 9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T가 작동을 안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직장인 이모(33)씨는 “카카오T가 작동을 안 해 다른 서비스인 타다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타다로 손님이 몰렸는지 고급 세단 서비스를 불렀는데도 20분째 배차가 안 된다”며 “어쩔 수 없이 손을 들어 택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길에서 손님을 태운 택시 기사 박모(63)씨도 “카카오T가 먹통이 되니 황금 시간대인 토요일 저녁에 ‘길빵(길에서 손을 흔드는 손님을 태우는 것)’으로만 영업을 하고 있다”며 “콜서비스가 없던 7~8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인택시 기사 김모(59)씨도 “요즘 길거리에서 손님을 잡는 것보다 카카오 앱을 통해 손님을 잡는 것이 훨씬 많은데, 앱이 멈춰버려 수 시간 동안 제대로 손님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T 등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 이용이 한꺼번에 먹통이 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민들은 “한 기업이 플랫폼 사업을 독점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알게됐다” “탈(脫) 카카오를 하고, 이용하는 서비스를 다변화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보였다. 토요일인 15일 오후 3시쯤부터 16일 새벽 2시까지 약 10시간 동안 상당수 서비스가 먹통이었다. 16일 낮까지도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시민들이 가장 큰 불편을 겪은 건 ‘국민 메신저’라고 불렸던 카카오톡이 멈추면서다. 이날 저녁 지인들과 함께 청첩모임을 하려던 직장인 허모(35)씨는 “단체 카톡방에서 장소와 시간을 공지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카톡이 열리지 않아 일일이 개별적으로 문자를 보내야 했다”며 “의견을 모아 시간을 조정하려고 했는데 문자에는 단체방 기능이 없어서 일일이 답을 취합해 다시 공지를 보내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서비스도 많아 이로 인한 금전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카카오와 연동된 업비트의 접속도 제대로 되지 않아 코인 거래를 제 때 할 수 없었다”며 “로그인이 됐다면 100만원 넘게 차익 실현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앉아서 돈을 날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와의 작별을 선언한 시민들도 생겨났다. 직장인 이모(24)씨는 “주변 친구·가족들끼리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으로 사용하는 메신저를 늘리기로 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카톡을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여러 앱을 사용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최모(25)씨도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맵, 카카오T 등 대부분의 서비스를 카카오를 통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 회사의 앱만 이용하는 게 위험한지 처음 알았다”며 “카카오 의존을 줄이고 ‘탈카카오’를 시도하며 다른 회사의 앱들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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