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난해 생활화학제품 조사 1만9000건 넘는데..담당 인력은 7명 뿐

이미지기자 2022. 10. 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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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박나래 씨가 지인들에게 선물할 향초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 TV화면 캡처.
2019년 개그우먼 박나래 씨가 TV 프로그램을 통해 향초 100개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모습을 공개했다가 환경부의 행정지도를 받아 화제가 됐다. 향초는 판매·증여 시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생활화학제품’인데 박 씨가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사용되는 화학제품이 늘면서 박 씨처럼 생활화학제품 안전기준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가 2년 새 6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조사해야 하는 제품 수도 1만9000개가 넘지만 이를 단속하고 처리하는 인력은 전국을 통틀어 7명 수준에 불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정제와 살균제 수요가 늘어나는 등 갈수록 생활화학제품 이용이 증가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학제품안전법(화안법)에 의거해 생산, 판매 시 반드시 안전기준 적합성을 확인받아야 하는 생활화학제품 수는 2022년 7월 기준 39개 품목 19만5131개 제품이다. 이들 제품이 화안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지방 환경청의 몫이다. 환경청이 신고와 자체조사에 의해 조사한 제품 수는 지난해만 1만9227개에 이르렀다.

가게에 진열된 향초들. 동아일보DB
하지만 전국 7개 지방 환경청에서 생활화학제품 단속과 처분 업무로 배정된 인원은 1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건의 약 70%가 집중되는 한강유역환경청에만 5명의 정원을 배정했고 나머지 지방 환경청의 경우 담당자 정원이 1명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화안법을 위반한 생활화학제품 수는 급증하고 있다. 법이 처음 도입된 2019년에는 화안법 위반으로 적발된 제품이 338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951개로 5.8배 늘었다. 올해도 7월 기준 벌써 799개 제품 위반이 확인됐다.

더구나 지난해 ‘생활화학제품 신고포상금제’까지 도입돼 적발제품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생활화학제품 신고포상제는 제품 미신고, 표시기준 위반 등 생활화학제품 불법 의심사례를 국민신문고로 신고하면 위반 유형별로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까지, 1인당 연간 최대 30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노 의원에 따르면 시행 첫 해인 지난해만 522개 제품이 신고포상금제를 통해 적발됐다.

생활화학제품 관련 업무는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담당업무를 기피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생활화학제품 단속·처분 인력 실제 배정 현황을 살펴본 결과 11명 정원을 다 채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올해 1~7월에는 평균 7.1명만 이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한강유역환경청에만 정원 5명 중 4명 인력이 근무했다. 나머지 6개 지방 환경청에는 전담하는 인력조차 없어서 대부분 다른 업무 담당자가 단속 업무를 겸임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 지방 환경청의 경우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담당자가 4번이나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인력의 전문성도 떨어지고 조사 처리기간도 길다고 노 의원은 지적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생활화학제품 신고 시 제품 실험기간을 제외하고 행정처리에 소요되는 기간만 두 달이었다.

단속·처분 업무에 할당된 인력을 증원하고 처리방법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의원은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절차를 행하다보면 오히려 관리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생활화학제품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환경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 도입 이래 2022년 7월까지 3년 7개월간 처분이 완료된 제품 중 가장 많은 품목은 방향제로 전체의 26.4%를 차지했다. 이어 초 19.4%, 살균제 10.6%, 세정제 9.0% 순이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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