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논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부동산 정보보다 시장 정확히 바라보는 관점 키워야
(시사저널=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아파트가 부족하다. 그래서 서울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소리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된다. 집을 지을 수 있는 유휴토지가 부족하고, 노후주택이 대부분인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없으니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택 공급 부족은 단기적으로 집값 변동을 일으키는 진짜 이유가 될 수 없다.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대다수 사람이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택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 이유라는 증거는 없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아파트는 연평균 1만4000호가 분양됐다. 과거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분양물량은 1만1000호였다. 최근 분양물량은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기준 아파트 분양물량도 감소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기준 일반 아파트 분양물량은 연평균 22만8000호였다. 과거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일반분양 아파트 18만7000호와 비교하면 오히려 분양물량이 증가했다. 반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주택 가격이 하락했을 때 아파트 분양물량은 평균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 아파트 분양물량은 증가했고, 주택 가격이 하락할 때 분양물량은 줄어들었다.
가격 상승기에 오히려 분양물량 증가
주택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했다는 진단은 주택 건설 확대가 집값 안정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을 더 많이 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자연스럽게 '한계'로 이어진다. 집을 더 공급해야 하는데 아파트는 더 지을 수 없고 공급이 근원적으로 부족하니 집값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주장은 틀렸다는 사실이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주택 공급이 크게 증가하지도 않았는데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시장 변동 원인을 정확히 찾아야 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 결정된다. 집값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만나 결정된다. 그렇다면 집값을 변동시키는 수요는 어떤 것일까. 6억원 이상의 서울 주택을 사려면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계획서에 따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2020년 이후 6억원 이상의 주택을 매입한 경우 자금을 조달하면서 갭투자 비율이 급등한다. 서울 주택 연도별 갭투자 비율을 살펴보면 2017년 21.2%, 2018년은 14.6%에 불과했다. 이후 2019년 27.2%, 2020년 38.4%, 2121년 41.9%로 급증한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집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외 거주자가 서울 주택을 매입한 비율을 보면 2014년 16.9%에서 2021년 20%로 상승한다.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외지인이 서울에 아파트를 매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갭투자와 마찬가지로 투자 수요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집값 상승에는 수요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었다. 수요는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 수요였다. 갭투자가 증가했고 상당수가 외지에서 거주하지 않을 집을 샀다. 수요가 증가하면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다. 투자 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분명하다. 금리 인하다. 금리가 인하되면서 유동성이 확대되고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고 전세대출도 증가하면서 집값 상승 원인이 됐다.
투자 수요 증가로 집값 상승 원인을 파악하면 최근 시장의 변화가 쉽게 이해가 간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투자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자 투자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거래량 감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28건(2022년 10월12일 기준)이다. 2021년 9월 매매 거래량은 2691건이었고 2020년 9월은 3757건이었다. 거래량 감소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단순한 논리임에도 많은 사람이 원인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우려, 높아진 가격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급감하면서 주택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주택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 하락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기간을 특정하기는 힘들다. 단지 변화 신호를 찾을 수 있다. 변화는 투자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 시작될 것으로 판단된다. 주택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면 투자 수요가 다시 증가한다.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신호는 거래량 증가로 나타난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투자 수요가 다시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 하락이 둔화되면서 다시 가격 회복이 시작된다. 시장이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향후 부동산 시장의 향배는 가격에 따른 투자 수요 변화에 달렸다.
서브프라임 사태 교훈 곱씹어야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연관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투자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다수 국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저금리 구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투자화는 더욱 가속화됐다. 부동산 투자화는 금융시장 변동에 따라 주택시장이 민감하게 변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와 금융정책에 따라 주택시장이 출렁일 수 있고 대출정책에 따라 주택 수요와 공급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부동산 투자화가 극에 달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극단적인 예를 보여줬다.
한국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투자화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주택이 얼마나 지어지고, 학군은 어디가 좋으며, 어디가 역세권인지를 파악하는 것보다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자산시장에 대한 분석을 뛰어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보량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시장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자신만의 분명하고 정확한 관점이 있어야 정보를 해석하고 분석하며 전망할 수 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 투자화를 이해하는 것이 시장을 전망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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