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논에서 일본 쌀이 사라진다..'쌀 품종 독립' 성큼

윤희일 기자 2022. 10. 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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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이 최고의 맛과 품질을 지향해 개발한 ‘해들’을 농민이 수확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아키바레(추청)·고시히카리 등 한때 우리 논을 지배하던 일본 쌀 품종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본 쌀이 사라진 자리를 신동진·삼광 등 우수한 우리 쌀이 차지하고 있다. ‘딸기’가 보여준 바 있는 ‘품종 독립’이 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6일 충남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2012년 품종별 국내 재배 면적 1위에 올랐던 아키바레가 지난해 6위로 내려앉았다. 또 ‘밥맛이 아주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품종별 재배면적 11위까지 치고 올라왔던 고시히카리는 2021년 15위 밖으로 밀려났다.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량을 중시해 개발한 ‘통일벼’의 시대가 가고, 쌀의 맛을 중시하는 시대가 오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쌀 품종인 아키바레는 무서운 기세로 우리 논을 잠식했다. 2012년 통계를 보면, 아키바레의 재배면적은 9만6583㏊로 국내 모든 쌀 품종을 누르고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우리가 자체 개발한 쌀 품종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2013년부터 쌀알이 맑고 밥맛이 좋은 우리 품종 ‘새누리’가 아키바레를 밀어내고 1위 자리를 차지한 이후 2017년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신동진’이 바통을 넘겨받아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그 사이 아키바레는 2016년 3위, 2017년 4위, 2018·2019년 5위로 밀려난 데 이어 2020년과 2021년에는 6위로 더 내려앉았다. 2021년 품종별 재배면적 비율을 보면, 신동진이 15.8%로 1위에 오른 데 이어 삼광(13.1%), 새청무(10.3%), 일품(7.5%), 새일미(5.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아키바레의 재배면적 비율은 5.5%에 불과했다.

한때 고급 쌀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고시히카리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고시히카리는 2016년 품종별 재배면적 순위 15위에 진입한 이후 2018년 1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이후 점점 밀려나면서 2021년에는 15위 아래로 떨어졌다.

이처럼 우리 쌀 품종이 일본 쌀을 밀어내고 주력 쌀이 된 핵심적인 이유는 농진청 등이 밥맛 등 품질이 일본 쌀보다 우수한 품종을 잇달아서 개발, 보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이후 4년 동안 재배면적 1위에 오른 신동진의 경우 1999년 농진청이 개발한 쌀 품종으로 쌀알이 일반 품종보다 1.3배가량 크고 밥맛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농진청은 지난해 신동진보다 밥맛이 더 좋고, 병충해에 강한 ‘참동진’이라는 품종을 개발, 보급에 나섰다.

‘신동진’에 비해 밥맛이 더 좋고 병충해에 더 강한 ‘참동진’ 벼. 농촌진흥청 제공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쌀 품종의 밥맛이 고시히카리와 아키바레 등 일본 벼 품종보다 좋다는 평가 결과는 여러 차례 나왔다. 농진청이 최고의 맛과 품질을 지향해 개발한 쌀 품종인 ‘해들’과 일본의 고시히카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밥맛 평가에서 평가자 100명 중 48명이 해들이 맛있다고 평가한 데 비해 고시히카리는 29명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최경진 충남농업기술원 전문경력위원(전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재배생리연구실장)은 “농진청 등이 맛과 품질이 좋은 쌀 품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면서 일본 쌀 품종이 점차 밀려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품종이 일본 품종을 밀어내고 ‘품종 독립’을 이루어낸 가장 극적인 사례는 딸기다. 2005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생산된 딸기 중 80%는 ‘레드펄’이나 ‘아키히메’같은 일본 품종이었다. 당시 국산 딸기 품종의 점유율은 9.2%로 참담한 상황이었다.

이후 충남도농업기술원 산하 딸기연구소가 ‘설향’이라는 새로운 딸기 품종을 개발하면서 우리나라 딸기 농업의 흐름이 일시에 바뀌었다. 우리 농민들이 쉽게 재배할 수 있으면서도 수확량이 많고 맛까지 좋은 ‘설향’은 빠른 시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다양한 국산 딸기 품종이 개발되면서 국산 딸기 품종의 국내 점유율은 95%대로 높아졌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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