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무기를 지금도 쓴다", 노후 장비 못버리는 한국군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10. 1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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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위의 군사력. 한국군의 전력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 중 하나다. 

핵보유국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인도, 파키스탄 등을 제외하면 재래식 전력에서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육군 AH-1S 공격헬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육군 제공
한국군의 모습을 보면, 이같은 해석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세계적 관심을 받는 흑표 전차와 K-9 자주포를 비롯한 국산 무기, F-35A 스텔스기와 이지스 구축함 등의 첨단 장비들이 한국군에 대량 배치되어 있다. 얼핏 보면 화려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용기한을 넘긴 지 오래된 노후 장비들이 무기고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도 있다. 1950년대 6·25 전쟁 당시 만들어진 무기부터 1970년대 율곡사업을 통해 도입된 장비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수량도 많다. 

운영유지비 부담을 증가시키고 신형 장비 조기 도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속한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25 당시 들여온 무기도 있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각 군에서 제출받은 군단급 이상 부대의 내구연한 초과 장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육군과 해군 및 해병대는 사용기한이나 내구연한이 지난 노후 장비를 다수 보유 중이다. 

육군에는 1964~1995년 도입됐던 M-48A5K 전차 400여대가 여전히 운용중이다. M-48은 1964년부터 미국에서 여러 차례 들여온 전차다. 

도입 초기 물량은 1970년대 말에 성능개량이 이뤄지면서 M-48A5K로 바뀐다. 주포를 90㎜에서 105㎜로 교체하고, 엔진도 가솔린에서 디젤로 바뀌었으며 디지털 사격통제장치 등을 추가했다. 

육군 500MD 소형공격헬기가 지상 표적을 향해 로켓탄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K-1, K-2 전차에 주력의 자리를 내줬다. 사용기한이 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운용중인 400여대는 모두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인 셈이다. 잔존가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00여대가 운용중인 500MD 소형공격헬기는 1976~1988년에 도입, 사용기한(30년)을 넘겼다.

도입 초기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토우(TOW) 대전차미사일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는 측풍에 취약하고 엔진 출력이 부족하며 항속거리도 짧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중인 소형공격헬기(LAH)로 교체될 예정이지만, 양산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수년은 더 쓰일 전망이다.

1950~1978년 도입돼 현재까지 1500여문이 있는 M101A1 105㎜ 견인포는 사용기한인 25년을 훨씬 넘긴 상태다. 트럭 탑재 K-105A1이 상비부대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예비군용으로는 남아있다. 

M101A1은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에서 널리 쓰인 대포다. 분당 10발을 쏠 수 있고 사격 준비와 이동이 쉬우며 헬기로 옮길 수 있어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탄약 장전과 사격통제 등을 수동으로 진행, 사격 준비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르투갈이 M101A1을 지원하는 등 전장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신속한 사격과 이동이 강조되는 현대전에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미국에선 이미 M119로 대체된 상태다.

육군 AH-1S 공격헬기가 가상 표적을 향해 로켓탄을 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51~1981년 도입된 M114 155㎜ 견인포도 동원부대나 후방지역을 중심으로 900여문이 남아있다. 고폭탄과 연막탄, 조명탄 등 14종 이상의 탄약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M777처럼 사거리가 최대 40㎞에 달하고 경량화 기술이 적용된 신형 견인포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대체 장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1975년에 처음으로 들어온 토우 대전차미사일도 사용기한(25년)을 넘긴 수량이 20여기에 달하며, 1990년대 도입된 미스트랄 지대공미사일도 100여기가 사용기한인 20년을 초과했다. 국산 현궁과 신궁 미사일이 있지만, 이들 장비는 여전히 육군의 무기 목록에 남아있다.

1988~1991년 육군에 배치됐던 AH-1S 공격헬기도 사용기한인 30년을 넘어선 기체가 60여대다. 주야간 사격이 가능하지만 AH-64E에 비해 작전반경이 절반에 불과하다. 

포병 장비처럼 예비군이 사용하는 무기가 상당수이지만, 현역 시절보다 뒤떨어진 장비를 예비군이 단기간 내 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점에서 상비사단과 동등한 수준의 최신 장비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육군 장병들이 M101A1 105㎜포를 사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해병대 장비도 노후화…부작용 막을 대책 시급

해군도 내구연한을 넘어선 장비가 눈에 띈다.

장보고급 잠수함(SS-Ⅰ)은 9척 중 5척이 내구연한인 25년을 초과하고 있다. 다만 성능개량 사업을 통해 내구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2척과 내구연한을 넘긴 1척의 성능개량이 2019년 이뤄졌다. 2020년 12월에 추가로 3척의 성능개량 사업 계약을 대우조선해양과 체결했다.  

1980년대부터 등장한 울산급 호위함(FF)은 2척이 내구연한(30년)을 넘어섰다. 올해가 지나면 남아있는 울산급 호위함이 모두 내구연한을 초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포항급 초계함(PCC)도 7척이 내구연한(25년)을 초과했다. 

해군 포항급 초계함이 대잠수함 어뢰를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울산급과 포항급은 대구급과 인천급 호위함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대공방어능력 등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교체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호의 선봉장으로서 1978년에 처음 등장했던 참수리급 고속정(PKM)은 35척이 내구연한(25년)을 초과했다. 공격력 등이 향상된 검독수리급 고속정(PKMR)이 등장했지만, 워낙 많은 수량이 만들어져 단기간 내 대체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뢰탐색함 3척과 군수지원함 1척도 내구연한(30년)을 넘어섰고, UH-1H 해상기동헬기 8대도 내구연한인 40년 이상 운용중이다.

해병대도 내구연한인 25년을 넘긴 M-48A3K 전차 40여대를 쓰고 있다. 육군 M-48A5K 전차와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M-48A3K는 90㎜포를 탑재한다. 해병대는 연내에 전량 퇴역시킬 방침이다.

내구연한을 넘긴 토우는 40여기, 미스트랄은 10여기를 보유하고 있다. 토우는 내년까지, 미스트랄은 올해 안에 폐기할 계획이다.

해군 참수리급 고속정이 기동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도입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무기를 계속 쓰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내구성과 기술적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인명 피해를 포함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운영유지 문제도 심각해진다. 무기를 장기간 사용하면, 단종되는 부품의 개수가 늘어난다. 부품 생산을 하지 않는 업체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예비 부품 수급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도 늘어난다. 이는 장비 가동률 저하로 이어진다.

동원 전력 운영에도 어려움이 크다. 현역 시절 K-2 소총을 쓰던 예비군이 훈련에서 M-16A1을 곧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 세대 이전의 장비를 예비군이 쓰면, 별도로 운용훈련을 거쳐야 한다. 유사시 즉각적인 병력 동원에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군 당국은 예전부터 첨단 무기 도입을 통한 군 현대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노후 장비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쓰는 군의 현대화 작업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래의 전쟁은 질적 우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노후 장비의 교체를 더욱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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