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모지훈 단국대 의대 교수 "냄새 못 맡는 '롱 코비드' 대부분 낫더라..만성 축농증이 더 문제"
UC샌디에이고 면역학연구소 박사후과정
대한비과학회 소속 부비동비용 연구회 회장
"감기만 걸려도 냄새 못 맡는 증상 나타나"
"어린이 축농증, 코 세척만 잘해도 회복"
지난달 방역 당국이 발표한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에서 우리 국민 100명 중 97명이 코로나 항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에 걸렸지만, 확진 판정을 피한 숨은 감염자가 1000만 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코로나가 지나간 뒤 발생하는 장기 후유증(롱코비드)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코로나 이후 다양한 후유증이 보고된 만큼 감염자들의 건강 관리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코로나 후유증은 탈모와 성욕 감퇴를 포함해 잔기침, 후각 상실과 미각 변화, 숨참·기침·흉통 등이 거론된다. 코로나 유행 초기였던 2020년 감염된 사람들은 ‘후각 상실’을 호소했다.
후각은 인간의 오감 중 하나로 맛을 느끼게도 하지만, ‘위험을 감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지훈 단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후각 소실을 호소한 환자들이 병원을 많이 찾았지만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신경이 아니라 (냄새를 맡는) 상피세포 손상으로 나타난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되기 때문”이라며 “(다만 상피 세포가) 심하게 손상돼 후각이 안 돌아온 환자들도 있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냄새가 나는 물질’로 코에 자극을 주는 훈련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후유증으로 냄새를 못 맡는다고 하면 코로나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모 교수는 냄새를 못 맡는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성 감기, 축농증, 트라우마와 같은 외상후스트레스성장애(PTSD)를 꼽았다. 이 중에서도 물혹 등이 생긴 중증 축농증 환자들은 냄새를 못 맡는 것을 떠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축농증의 의학적 병명은 비부비동염이다. 부비동은 코를 중심으로 좌우 양옆과 위쪽 이마 쪽 얼굴 뼈 뒤에 공기만 있는 텅 빈 공간을 뜻한다. 이 공간은 들이마신 공기를 축축하게 가습시키고, 콧물을 바깥으로 밀어내거나 목소리를 공명시키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 부비동 입구에 염증이 생겨서 붓고 막히면 부비동 안에 콧물 등 분비물이 고인다. 고인 물은 염증을 악화시켜서, 나중에 고름으로 변하는데, 이 상태를 축농증(비부비동염)이라고 한다.
누런 콧물에 코가 막히고, 입을 벌리고 자게 돼서 수면 장애도 온다. 코가 꽉 막혀서 두통에 냄새도 맛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염증이 심해져 부비동에 물혹이 생기면 항생제 등 약물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다. 모 교수는 “약물치료를 오래 해도 낫지 않는 경우는 수술을 해야 한다”며 “내시경을 이용해 부비동 입구 주변 뼈를 깎아 통로를 넓히고 물혹과 염증을 제거한다”라고 했다.
수술 과정이 고통스럽고, 회복도 3주 이상 걸리지만, 대부분은 만족을 한다. 다만 수술을 해도 환자 10명 중 3명은 부비동에 물혹이 다시 생긴다. 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다. 모지훈 교수는 “수술을 할 때 염증을 남기지 않고, (부비동 공간을) 넓혀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수술후 재발이 잦다”라고 설명했다.
가을이 되면 축농증과 비염이 악화된다고 알려졌다. 기온이 떨어지고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코막힘과 비염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비염과 축농증은 다르지만 이런 환경 변화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모 교수가 과장으로 있는 단국대병원은 매년 400회 정도 축농증 수술을 한다.
199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모 교수는 서울대 이비인후과 석박사를 졸업한 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면역학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임상조교수를 거쳐 현재 단국대 이비인후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부비동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모 교수에게 축농증과 코로나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一 코로나 후유증으로 냄새를 못 맡는 증상이 주로 거론됐다. 실제로 후각 소실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았나
“꽤 있었다. 그런데 보통 코로나 후유증으로 찾아온 후각 소실은 잘 호전이 됐다. 염증으로 신경이 소실되는 게 아니라 후각 상피 세포에서 감지하는 (냄새 분자가) 차단이 되면서 냄새를 못 맡기 때문이다. 신경이 소실되면 회복이 어렵지만, 상피세포는 회복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 좀 심하게 손상이 되면 안 돌아오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一 어떻게 치료를 하게 되나.
“경증 코로나 환자들은 주로 ‘대증 치료’를 한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처방하는 등 증상에 대응하는 것이다. 냄새가 못 맡는 증상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보통 2~3주 정도 지나면 환자 10명 중 9명은 좋아진다.”
一 그 후에도 이제 냄새가 안 돌아오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
“그 경우 후각 훈련을 병행하게 된다. 오더런트, 즉 냄새가 나는 물질을 가지고 코에 자극을 주는 훈련을 한다. 코로나에 감염돼 후각이 소실된 환자들에게 시도를 많이 했다. 그런데 원래 감기만 걸려도 후각은 소실된다. 가장 흔한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 감기, 축농증, 그 다음에 트라우마(외상)이다.”
一 훈련은 어떻게 진행되나.
“보통 1년 정도는 지켜 본다. 냄새를 못 맡으면 맛도 못느낀다. 코 입구 앞에 설탕이나 소금을 놔 두면 1분 정도 후에 맛이 느껴진다. 섬모세포를 타고 설탕과 소금 입자가 이동하는 것이다. 점막에는 섬모가 있어서 일정한 방향으로 외부 이물질을 배출시켜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1년 넘게 후각이 돌아오지 않는 환자는 축농증(부비동염) 환자들이 많다. ”
一 축농증이 걸렸다고 냄새까지 못맡게 되나.
“냄새를 맡는 부위가 물혹 등으로 꽉 막혀서 냄새를 못맡는 경우다. 비중격(코를 좌우로 나누는 칸막이 연골)과 중비갑개 사이에 후각 신경이 많이 분포돼 있는데 그 부위에 2형 염증이 주로 생긴다. 2형 염증은 동양인 비부비동염의 40% 정도 된다. (여기 사진을 보면) 사람 코를 CT를 찍었을 때 까맣게 보이면 정상, 회색은 비정상이다. 까맣게 보인다는 건 빈 공간에 공기가, 회색이라는 건 염증이 꽉 차 있다는 뜻이다.”
一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재채기를 많이 한다. 재채기를 하면 코 안의 이물질이 빠져나가는데, 그렇게 재채기를 해도 부비동염이 낫지 않는건가.
“워낙 심하게 퉁퉁 부어 있으면 재채기를 해도 배출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은 아예 다른 질환이다. 비염은 부비동을 제외한 곳에 염증이 생긴 경우고, 비부비동염은 부비동을 포함해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코 안에 물혹이 생기는 중증 축농증은 환절기에 악화되기도 하지만 계절을 타지 않는다.”
一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코 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수술하게 된다. 주로 전신마취를 하게 된다. 한 때 풍선같은 의료기기를 넣는 수술법이 국내에 들어왔는데, 수술에 쓰이는 의료기기 가격이 비싸고, 효용성이 떨어져 국내에 확산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
一 특히 어려운 수술이 있나.
“(알레르기 염증 등으로 발생하는) 2형 축농증은 염증이 심하고, 염증이 심하면 재발을 잘 한다. 예를 들어 치아가 썩어서 비부동염이 된 어르신 환자들은 단순히 염증이 원인이라, 해당 부위만 제거하면 해결이 되고 재발도 잘 없다. 그런데 천식이 있거나 체질적으로 알레르기성 염증이 많이 생기는 환자라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이 경우 (수술을 해도) 물혹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비부비동염 평균 수술 시간이 30분~1시간이라면 염증이 심한 경우 2시간도 걸린다.”
一 수술을 해도 계속 재발되는 환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수술로 염증이 있는 부분을 최대한 제거해 코 안의 공간을 넓혀 주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수술이 아닌 주사제로 축농증을 치료하는 약이 나오기도 했다. 원래 아토피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건데, 알레르기성 중증 축농증 환자에도 쓰일 수 있게 허가를 받았다.”
一 아토피 치료제가 부비동염(축농증)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기전이 궁금하다.
“아토피도 크게 보면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이다. 천식, 아토피 피부염, 2형 비부비동염 모두 같은 병리 기전으로 생긴다. 그래서 이렇게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축농증에도 쓸 수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면역 반응은 몸 속에 사이토카인과 같은 단백질이 세포의 신호 전달 체계에 작용을 하면서 일어난다. 알레르기성 염증과 연관이 있는 2형 사이토카인으로 인터루킨 4, 5, 13 번이 있는데, 이번에 부비동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약(사노피의 듀피젠트)는 4번과 13번에 작용한다. 사이토카인은 세포에서 나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4번 13번에 반응하는 신호에 듀피젠트가 달라붙어 나오지 만드는 것이다.”
一 그렇다면 인터루킨5를 억제하는 치료제도 개발됐나.
“있지만, 아직 국냐 허가를 받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천식 치료제로 개발한 ‘파센라’ 등이 대표적인 인터루킨5 억제제다.) 듀피젠트 외에도 졸레어가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는데, 이 약은 면역글로블린E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졸레어는 제넨텍과 노바티스가 개발한 항체 바이오의약품으로 천식 만성두드러기 치료제로 쓰인다. 2020년 기준 글로벌 매출 약 4조원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제품인데, 오는 2024년 특허가 만료된다. 특허 만료를 앞두고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를 비롯한 여러 제약사들 사이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一 여기서 다시 정리를 하자면, 축농증을 일으키는 염증을 줄이는 약이 개발돼 시중에 있단 건가.
“그렇다. 최근 논문을 보면 듀피젠트를 사용한 환자는 콧 속 물혹의 크기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서 일반 환자들에게 쓰기에는 비싸다. (듀피젠트 1회 주사비는 70만원 정도다. 2주일에 1회 정도 맞아야 하는데, 한 달만 치료해도 140만원이 든다.) "
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널리 쓰이긴 어렵지 않나.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를 보는 의사 입장에선 부비동염이라는 질환에 대응할 새로운 무기가 하나 늘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은 느리지만 바뀐다. 부비동염 수술법도 1980년대만 해도 잇몸 위를 절개해서 염증을 없애야 했지만, 1990년대 내시경이 들어오면서 훨씬 편하게 바뀌었다. 바이오 의약품이 도입되면 이런 패러다임 시프트가 또 생길 수도 있지 않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듀피젠트를 만성 축농증 수술 이후에 재발을 방지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 모 교수는 “한국에서도 수술을 해도 재발하고 또 증상이 악화돼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에 건강보험 적용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一 듀피젠트를 수술이 어려운 영유아 환자에게 쓸 수 있나.
“그건 아니다. 듀피젠트는 6세 이상에게만 쓸 수 있게 허가돼 있다. 그리고 어린이 축농증은 급성인 경우가 많고, 만성이라도 몸이 자라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一 어린이 환자는 자라면서 좋아진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자라는 단계 아닌가. (소아의 경우) 얼굴 뼈가 아직 발달이 되지 않아서 코 속 공간이 좁을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코 안에 염증이 조금만 생겨도 축농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그런데 5~10년만 지켜보면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一 그렇다면 어린이 환자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급성 축농증은 코 세척만 부지런히 해 줘도 금방 좋아진다. 알레르기 소견이 있다면 관련 약을 먹이고, 항생제나 비강스테로이드, 코세척 등 대증치료만으로도 10명 중 9명은 좋아진다. 그래도 경과가 좋지 않은 어린 아이들은 수술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얼굴 뼈가 자라고 있는 상태라서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키, 몸무게 등을 고려해 수술한다. 그리고 수술 후에도 계속 재발하던 아이가 5년 정도 지나자 멀쩡하게 좋아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
一 그건 왜 그런가.
“얼굴 뼈가 자라면 부비동 공간이 넓어질 것 아닌가. 또 어렸을 때는 면역 기능이 완벽하지 않다. 성인과 비교해 소아의 면역글로블린의 양이 부족하다는 연구도 있다. 심한 부비동염 소아 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연구에서 3명 중 한 명은 면역 글로블린이 모자라는 보고도 있었다. 그런 경우 면역 기능을 개선하는 약을 쓰게 된다. 하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성장하면서 면역은 개선된다.”
一 코 세척은 어떻게 하나. 일본에서는 소독약을 넣기도 하더라.
“코 세척은 식염수가 가장 좋다. 분말로 식염수를 만들어주는 제품들이 많이 출시돼 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코 세척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아주 많은데, 그걸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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