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화성 우주선은 '삿갓' 쓰고 착륙..신개념 낙하산 등장

이정호 기자 2022. 10.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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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 모양을 한 신개념 ‘우주 낙하산’을 펼친 채 지상으로 하강 중인 우주선의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다음 달 1일 지구 궤도에서 새로운 낙하산의 성능을 시험할 우주선을 발사한다. 우주 낙하산은 대기와의 저항력을 높여 착륙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름이 6m에 이른다. NASA 제공

화성에 착륙하려는 대형 우주선이 중력을 거스르기 위한 역추진 없이도 지상에 사뿐히 내려 앉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삿갓처럼 생긴 특이한 모양의 신개념 낙하산이 역추진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다. 역추진을 위한 로켓과 연료가 필요 없어 우주선에 더 많은 장비와 인력을 탑재할 방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지난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다음 달 1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될 아틀라스 로켓에 신개념 ‘우주 낙하산’을 탑재한 뒤 지구 궤도에서 성능을 시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ASA가 ‘팽창식 감속을 위한 지구 저궤도 시험 비행(LOFTID)’이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대기가 있는 행성의 지상을 향해 하강하는 우주선 속도를 안정적으로 떨어뜨릴 낙하산을 제작하는 것이다.

NASA가 시험할 우주 낙하산은 서로 지름이 다른 원형 링을 피라미드처럼 쌓아 올린 삿갓 모양이다. 지름은 6m인데, 가장 안전한 구역인 원뿔 안쪽 중앙에 우주선이 자리 잡는다. 우주 낙하산은 대기권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우주선 동체에 접혀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질소가스를 머금으며 활짝 펼쳐진다.

이 우주 낙하산을 실전에서 쓸 곳은 화성이다. 화성은 대기가 존재하는 태양계의 몇 안 되는 천체이다. 그런데 화성 대기의 밀도는 지구의 1%밖에 안 된다. 지구에서처럼 대기권에 한참 들어온 뒤 낙하산을 폈다가는 땅에 곤두박질친다. 낙하산에 저항하는 대기의 힘, 항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량이 큰 우주선이 화성 대기로 들어오려면 역추진 로켓을 켜는 일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역추진 로켓을 점화하려면 반드시 연료를 지구에서 싣고 떠나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우주선 중량이 늘어난다. 그만큼 과학 장비의 양을 덜어내야 한다. 수십년 뒤 다수의 인류를 태운 대형 우주선이 화성 진입을 시도한다면 역추진을 위한 로켓과 연료 때문에 탑승객의 수를 줄여야 한다.

NASA가 우주 낙하산을 개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성 같은 행성에 내려 앉을 때에 굳이 역추진 로켓을 쓸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대기권 초입부터 우주 낙하산을 펼쳐 감속에 들어가면 된다. 역추진 로켓 없이 화성에 내려 앉을 수 있는 물체의 최대 중량은 약 900㎏인데, 이보다 무거운 우주선이 역추진 로켓 없이 화성에 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NASA는 보고 있다.

우주 낙하산의 소재는 특수한 합성 섬유다. 강철보다 15배 강하다. 1600도를 견딜 수 있는 방열 기능도 들어간다. 우주에서 지상으로 내려올 때 대기와 마찰하며 생길 열을 견디기 위해서다. NASA는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이 기술은 향후 많은 화성 착륙 승무원과 대형 로봇을 화성에 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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