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소리 과학기술', 해양주권 지킬 열쇠다
한국의 넓고 깊은 바다를 외세에서 지키기란 참으로 어렵다. 수면뿐만 아니라 바닷속까지 감시하는 입체적인 전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잠수함을 탐지하는 일이다. 수상함이나 전투기와는 달리 잠수함은 그 형체가 보이지 않고, 첨단 레이더의 전파도 물속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잠수함을 포착하려면 오로지 소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바닷속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잠수함의 소음을 들으려면 수중마이크(수중청음기)를 바다 표면의 부표에 매단 후 물 속에 수직으로 내려서 감별해야 한다. 이것이 소노부이(sonobuoy), 즉 소리 부표라는 장비다. 소리 부표는 대잠 항공기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수중에 내린 부표에서 탐지한 소음을 부표 안테나를 통해 항공기로 전송함으로써 실시간으로 바닷속 소리를 감시한다.
소리 부표는 과학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소리 부표를 통해 바닷속에서 들리는 각종 생물들의 소리를 청취해 생태 환경을 파악하고, 먼 거리에서 발생하는 해저 지진이나 핵실험 소음 등도 포착한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많이 들으려면 그만큼 많은 소리 부표가 필요하다. 이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운용하려면 무인기(드론)를 이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드론에 소리 부표와 통신할 수 있는 중계기를 부착한 뒤 바다에서 지속적으로 비행을 시키면 근처 소리 부표에서 보내오는 물 속 소리를 육상에서 실시간으로 수신해 감시할 수 있다.
그런데 소리 부표는 육상이 아닌 바다 표면에 떠 있다. 궂은 바다 날씨와 파도 때문에 고장 날 때가 많고, 근방을 지나가는 선박에 의해 파손되기도 한다. 배터리도 주기적으로 교환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물 속 소리를 청취하는 또 다른 감지기 체계를 고안했다. 바다의 밑바닥인 해저에 설치하는 ‘소리 탐지 케이블’이다. 소리 탐지 케이블은 육상과 연결된 광케이블과 여러 개의 수중마이크를 결합해 만든다. 이렇게 하면 전기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유선으로 육지와 연결되기 때문에 언제든 육상 기지의 모니터로 수중 소리를 청취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수중마이크를 일정 간격으로 설치할 수 있어서 작은 소음도 놓치지 않고 증폭시켜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해저 소리 탐지 케이블은 바다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해저 케이블을 설치한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잠수함이 케이블 설치 지역을 지나가면 케이블 설치자는 그 잠수함의 소음을 들을 수 있고, 그것이 어떤 형태의 잠수함이고 어느 나라 잠수함인지를 감지할 수 있다.
일본은 독도 근처까지 자국의 해저 케이블을 오래 전에 매설했고, 이를 널리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효율적인 해양주권 대비책을 마련할 때이다. 잠수함의 주요 활동 무대인 동해안과 울릉도 사이,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해저 관측용 복합케이블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바닷속 소리를 듣기 위한 또 다른 아이디어도 있다. 오목한 형상의 자연 물체를 사용하는 것이다. 울릉도 연안 절벽의 모양을 살펴보면 ‘소리 집속 반사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활용하면 먼 곳에서 수중으로 전달되는 저주파 소리를 증폭해 들을 수 있다. 울릉도 외에도 한국의 해안에는 소리 집속 반사판 형태의 지형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다양한 현장을 확인하는 연구와 함께 수중 소리과학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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