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통화스와프 가능할까..미 연준에 물어봤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반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화를 기준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경우 원화로 환산한 판매 가격이 오르고 그만큼 물건을 보다 싸게 팔 수 있는 여력도 생겨 수익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수출 기업에게는 유리하다는 게 통상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까지 같이 오르고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도 함께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그런 이익을 보기 어렵습니다. '킹 달러'라는 말이 나올 만큼 미 달러화에 대한 각국의 화폐 가치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나라마다 환율 방어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미 통화스와프 가능할까
우리나라처럼 통상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환율에 영향을 더 크게 받습니다. 이 때문에 전부터 환율 안정을 위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습니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의 통화를 빌리는 것으로, 국가 간 통화스와프는 무엇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큽니다. 즉,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로 실물 경제가 타격을 막는 걸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경우, 외환 시장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안정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미국과 두 차례 통화스와프를 맺은 적이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코로나19 위기 초기인 2020년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이 가능한 걸까요? 미국에서 통화스와프를 담당하는 기관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입니다. 연방준비제도에 한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 물었습니다.
Q1) 미국이 준(準)기축통화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적이 있는가?
Q2) 한국과 같은 규모의 나라가 환율 불안을 이유로 미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자 한다면 고려할 수 있는가?
Q3) 일시 통화스와프의 경우, 특정 국가와 체결이 가능한가?
Q4) 미국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세계 외환시장이 불안하다. 미국이 이들 국가에 제공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 옵션은 무엇인가?
미 연방준비제도 "통화스와프는 유동성 공급 장치"
수차례 질의 끝에 약간의 설명과 함께 연방준비제도의 방침에 대한 포괄적인 자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답변 자료 내용을 정리해 보면
① 미 연준은 캐나다, 영국, 일본, EU, 스위스의 중앙은행과 (상시적) 유동성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이는 유동성 공급을 위한 조치이다.
② 미 연준은 추가로 (한국을 포함한) 9개 외국 중앙은행과 일시적 달러 유동성 스와프를 구축한 적이 있다.
③ 이러한 조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을 완화하는데 중요한 유동성 안전장치 역할을 하므로 국내외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공급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Q1) 미국이 준(準)기축통화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적이 있는가?
- 없다.
Q2) 한국과 같은 규모의 나라가 환율 불안을 이유로 미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자 한다면 고려할 수 있는가?
- 아니다.
Q3) 일시적 통화스와프의 경우, 특정 국가와 체결이 가능한가?
- 그런 적 없다
Q4) 미국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세계 외환시장이 불안하다. 미국이 이들 국가에 제공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 옵션은 무엇인가?
- 노코멘트
먼저 살펴봐야 하는 건 미국이 상시 통화스와프를 맺는 이유입니다. 답변에서 언급했듯 유동성 공급이 목적입니다. 기축 통화국인 미국도 상황에 따라 유로화나 엔화 같은 통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바꿔 말하면 한국 등 그렇지 않은 나라와는 굳이 상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목적이 환율 불안 해소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미 연준 "환율 정책은 재무부 소관"
위 답변은 원론적 이야기인데 우리가 추진 중인 통화스와프가 꼭 안 된다고 볼 수 있느냐…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연준의 답변 내용 중 참고할 부분이 있습니다.
"Please know that exchange rate policy in the United States is the province of the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and questions about exchange rate policy should be directed there"
"미국의 환율정책은 미국 재무부의 영역이며, 환율정책에 대한 질문은 그쪽으로 해주셔야 한다는 점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풀어서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현재 통화스와프를 추진 중인 가장 큰 이유는 환율 불안정 때문인데 정작 통화스와프 담당 기관인 미 연준은 환율 문제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가 나서서 설득하면 모를까 자기 소관이 아닌 정책상 이유로 통화스와프를 맺을 리 만무한 겁니다. 연준에서 보내온 자료에 통화스와프는 Currency Swaps가 아니라 U.S. dollar liquidity swap line arrangements로 표현하고 있는 점도 미 연준의 통화스와프 목적이 어디까지나 유동성 공급에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옐런 미 재무부 장관 "환율은 시장이 결정해야"
그렇다면 환율 정책을 담당하는 미 재무부 입장은 어떨까요? 이는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옐런 장관은 현지시간 지난 11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달러 가치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한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묻는 말에 "시장에서 결정되는 달러 가치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달러화의 움직임은 (각국의) 서로 다른 정책 기조에 따른 논리적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강달러로 신흥국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에는 "달러 강세는 (미국의) 적절한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달러가 안전 자산인 만큼, 불확실한 시기에는 안전한 미국 시장으로 자본이 유입된다"면서 이 때문에 외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며 이는 논리적 결과라는 것으로, 정부가 나서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뜻입니다. 옐런 장관은 지난해 1월 미 상원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도 "환율은 시장이 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싸우겠다"라는 원칙론을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 이런 미국의 달러화 강세는 원자재 등 수입 물가를 낮춰 미국의 인플레 해소에 상당 부분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자면 환율 정책을 담당하는 미 재무부도, 통화스와프를 담당하는 미 연준도 우리나라의 환율 안정을 돕기 위해 통화스와프에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또 사실 통화스와프를 맺는다 해도 그 여력으로 바로 환율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시 통화스와프 체결 국가인 일본이 얼마 전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미국 눈치를 그토록 본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영국도 통화스와프 체결국이지만 역시 달러를 끌어다 환율 방어에 쓰고 있지 않습니다. 스와프 목적 자체가 그게 아니고 미국이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 당국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요?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IMF 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통화스와프 체결과 관련한 질문에 "깜짝 발표는 없을 것"이라며 "통화스와프 관련해선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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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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