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대북훈련에 "극단친일" 외친 민주, 누구를 위하나 [한기호의 정치박박]

한기호 입력 2022. 10. 14. 12:28 수정 2022. 10. 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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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전례없는 핵위협·미사일도발, 韓美日 2주연속 해상훈련
이재명 "극단적 친일국방, 국민은 3국 군사동맹 원치않아"
정진석 "日 조선왕조와 전쟁 안해" 사관논쟁도 번졌지만
여론은 3국 군사협력 지지..3不 떠오르는 친일시비 끝을 보길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10웡13일 등록된 데일리안 의뢰 여론조사공정 주례여론조사 중 '한미일 합동군사훈련 적절성 여부' 설문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명언(?)이 일주일간 정국을 달궜다. 지난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전례없는 북한의 핵선제공격 위협·미사일도발 대응차원에서 한·미·일 해상연합훈련이 2주 연속 이뤄진 가운데 "우리 국민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원치 않는다. 한반도 정세에 엄청난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등 주장을 펼쳤다. "극단적 친일 행위로 대일 굴욕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란 말이 대미를 장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흘 뒤(10일)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공식 유튜브 생방송에서 "6·25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북한의 남침 이전에 일본이 한반도를 무력침략 점거해서 6·25 전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탄압과 수탈 당했다"고 전제한 뒤 이번 훈련을 두고 "(군대 지위를 갖지 못한 일본 자위대를) 사실상 군대로 인정하는 행위"라며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라고 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북한 김일성 정권의 남침으로 발발한 6·25 전쟁(1950년 6월25일~1953년 7월27일)으로 아군 사상자만 77만2608명(한국군 62만1479명+유엔군 15만1129명) 발생했고, 북한군도 60만~80만명 인명 손실이 났다. 북한군을 도우려 남하한 중공군 사상자도 적게는 97만여명, 많게는 127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우리측 민간인 인명피해는 사망한 24만4663명을 비롯해 99만968명이고, 피난민은 651만4582명(1951년 3월 기준)에 이른다.

일본 제국주의(일제)가 구한말 대한제국 국권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이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는 이 대표의 사실(史實)에 입각한 추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 와중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하고 일본에 축구경기 보러간 김대중(DJ) 대통령이 토착왜구인가? 일본 자위대와 해상훈련하고 교류하도록 허락한 노무현 대통령은 친일 대통령인가?"라고 파고들어 확전이 이뤄졌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9일 "3국 연합훈련은 문재인 정권 때인 2017년 10월 이뤄진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의 필리핀 합의에 따랐다"며 "'친일 국방'은 죽창가의 변주곡이자 반미투쟁으로 가는 전주곡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약한 고리인 일본을 먼저 치고, 다음으로 한미동맹을 파탄내겠다는 속내"라고도 했다. 한술 더 떠 11일 "조선은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른바 '식민사관(史觀)'으로 시비가 번졌다. 정 비대위원장은 고종황제가 열강들에 의존했고, 동학 농민들을 학살했으며, 결국 일제와 '전쟁'도 치러보지 않고 나라를 넘긴 지배세력을 원망한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과 '조선왕조'를 언급하니 혼란을 자초했다. '메스'를 들어야 할 수술실에서 '육모방망이'를 들고 말았다는 인상을 준다. 민주당은 '물고기 물 만난 듯' 곧바로 "일본제국주의를 편드는 친일 사관을 떠벌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에서조차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나"라며, 16세기 역사를 끌어들여 논점일탈식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북한 때문에 열렸을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위한 평화헌법 개정과 한미일 군사동맹까지 찬동하는 것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박홍근 원내대표가 일갈했다. 북한에는 도발 중단, 대화 복귀 호소에 그쳤다. 이 대표는 "(일본과 합동훈련은)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이고 안보 자해행위"라고 윤석열 정부에 날을 세웠다.

안보 현실과도 거리를 둔 프레임 싸움, 국민의 '집단지성'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13일 공표된 데일리안 의뢰 여론조사공정 여론조사(지난 11~12일 실시·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빈번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것'에 대한 설문에 응답자 전체(1005명)는 51.5%가 '적절'하다고, 37.6%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잘 모름 11.0%). 지지정당별 민주당 지지층에서만 부적절(59.7%)이 적절(27.0%)을 앞섰다.

해당 조사에선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36.8%에 그치고 부정평가가 61.6%로 크게 앞섰으나 3국 해상훈련에 대해선 과반이 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14일 공표된 뉴스토마토 의뢰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지난 11~12일 실시·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도 '북한 위협에 대응해 기존 한미동맹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응답자 전체(1050명)에서 '찬성'이 48.3%로 '반대' 41.4%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윤 대통령 국정에는 30.4%만이 지지해 더욱 평가가 엄혹한 와중 이런 결과가 나왔다.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발전하는 것에 지지정당별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에서만 반대가 높았고 무당층에서조차 찬성이 반대를 넉넉히 앞섰다. 거대양당 지지율의 경우 여론조사공정에선 양당이 한주 간 소폭 동반상승해 40%선을 넘겼고, 미디어토마토에선 민주당이 2.3%포인트 내린 47.0%에 국민의힘이 2.7%포인트 오른 36.6%였다. 민주당으로선 친일국방 프레임이 '호재'로 작용하지 않은 듯하다. 여당 열세의 여론조사에서도 3국 군사협력을 용인하는 민심이 더 크다는 것만 확인됐다.

민주당 진영은 2016년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전쟁시) 자국민 3만여명을 구출하려 자위대 파견을 요청'한다는 시나리오까지 전제하고 받아낸 박근혜 정부 답변으로 '자위대 진입 허용' 프레임을 만든 바 있다. 집권기엔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규제 계기 반일(反日) 죽창가에 목청을 높이다가 여론의 피로감과 5년 만의 정권교체를 야기했다. 이번엔 야당이면서 북핵 대응훈련 와중 "극단적 친일"이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우려한다니 애초 국내정치용 발언이 아니었던 건가 생각도 든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중(對中) 약속했는지 논란 된 '3불(不) 1한(限)'의 하나가 '한미일 군사동맹 참여 불가'였던 게 떠오른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선 정 비대위원장의 조부가 창씨개명한 친일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참에 전부 다 따져봤으면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눈 '친일법(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법)'을 만들려던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과의 조상 친일전력 배틀(?) 끝에 '부일법'으로 후퇴시키고, 유야무야된 사건이 있었다. 변죽만 울리지 말고 현대 대한민국이 그나마 곁에 둘 수 있는 상대가 '현대 일본인지 북한인지'도 국민에 직접 묻는 건 어떤가.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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