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용어의 조건] ④ ‘역가, 부스터샷 의미 아세요?‘...가깝고도 먼 '방역용어’

고재원 기자 ,박정연 기자,이영애 기자 2022. 10. 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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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6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용어를 선정할 때 '대중이 느끼기에 쉬워야 한다'를 가장 우선적인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보다는 '대중의 이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부스터샷'은 '추가접종'으로, 통계적으로 동일한 생활양식을 공유하는 집단을 뜻하는 '코호트'는 '공유집단'으로 순화하길 원했다. 또 10명 중 6명이 한자어 등 외래어나 영어보다 순우리말 용어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동아사이언스는 9일 한글날을 맞아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의과학용어 이해도 높이기’ 기획의 일환으로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남성과 여성 각 500명,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세대별로 각 110명에서 200명이 설문에 응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조사대상 용어는 대한의사협회와 논의를 통해 순화가 필요한 방역 관련 용어 10개를 꼽았다. 역가, 더블링, 부스터샷, 팬데믹, 오심, 풍토병, 인플루엔자, 가이드라인 등이다. 한자어와 외래어 각각 5개씩을 꼽아 용어 유래에 따른 이해도 격차를 살펴봤다.  

● 방역용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어렵다고 느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예전보다 방역용어에 익숙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10개 용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나 "용어의 의미를 잘 안다"고 답한 응답자는 평균 76.3%였다. 정부 브리핑 등을 통해 접하는 방역용어를 알지 못해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28.8%에 머물렀다.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8.2%로 1년 만에 응답률이 2배 넘게 떨어진 것이다. TV나 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방역용어를 접하면서 뜻을 알게 된 국민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방역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오히려 많아졌다. 10개 용어에 대해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평균 54.4%에 그쳤다. 정부가 거론하거나 언론에 노출되는 방역용어에 대해 “어렵다”나 “보통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85.5%였던 반면 “쉽다”나 “매우 쉽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4.5%에 불과했다. 

국민들은 전문용어와 외래어 용어에 순화 필요성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용어 중 국민들이 가장 순화가 필요하다고 대답한 용어는 역가(51.3%)였다. 이어 더블링(45.0%), 대증치료(43.4%), 부스터샷(29.8%), 팬데믹(24.7%)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용어 ‘역가’의 경우 “처음 들어본다”는 응답자가 52%에 달했다.

방역용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외래어와 한자어 등 어려운 말이 사용됐다”고 말한 응답자가 절반 가량이었다. “용어 자체로 뜻을 유추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한 응답자도 41%나 됐다. 연구현장이나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외래어와 전문용어가 일반화되면서 정확한 의미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단 분석이다.

● 무분별한 전문용어, 외래어 사용이 문제

전문가들은 방역용어에서 전문용어나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욱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는 “역가는 면역학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 대증치료는 임상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용어, 부스터샷은 의사와 간호사 등이 병원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은어”라고 말했다.

노년층은 외국어 유래 용어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글문화연대가 2020년 외국어 유래 용어 3500개에 대해 일반 국민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이해도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전체 평균은 61.8점으로 나타났다. 60대 이하가 66.9점인 반면 70세 이상은 28.4점으로 나타났다. 일상에서 외국어 유래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평균 36.1%에 그쳤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외국어 유래 용어 사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젊은 층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흘'을 '4일'로 알고 있거나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는 등 젊은 층의 문해력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들 연령층은 특히 한자어에 취약하다. 가령 이번 코로나19 때 자주 사용되던 '지표 환자'나 '의사 환자' 등은 그 의미를 바로 알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 조사에서도 반복됐다. 방역 관련 용어에서도 국민들은 영어나 한자어보다 순우리말 사용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2%가 “순우리말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영어와 한자어를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25.4%, 12.6%였다. 순우리말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뜻을 이해하기 쉽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윤경식 경희대 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용어를 바꿀 때 한자를 쓰지 않는 세대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앞으로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할 사람은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젊은층의 생각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박정연 기자,이영애 기자 jawon1212@donga.com,hesse@donga.com,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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