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도는 레지던스→오피스텔 용도변경 정책.. "제주서만 미미하게 작동"

오은선 기자 2022. 10.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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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만개 중 약 160개호실 용도변경 성공
주차장 확보, 지자체 조례 통해 빠르게 진행했지만
"아직도 세부 규정 지나치게 세세".. 다른 지자체도 '첩첩산중'

정부가 지난해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법령을 완화한 이후 제주시에서만 관련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각종 건축 기준을 충족하는 레지던스가 적은데다, 충족해도 지자체 규제에 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제주시는 용도변경에 필요한 조례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부터 내놓고 막상 후속 처리에는 속도를 내지 않아 결국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포레나 여수웅천 디아일랜드 전경. /한화건설

14일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20곳 159호실의 레지던스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완료됐다. 이는 업계가 파악하고 있는 제주 전체 1만개 레지던스 중 1.5%에 불과한 수치다. 제주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오피스텔 건축 기준, 제주시 지자체장 조례 등을 충족한 건에 한해 용도변경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2023년 10월 14일까지 사용승인을 받은 레지던스의 용도를 오피스텔로 변경할 경우 기존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완화해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사용승인을 받은 레지던스는 발코니 설치, 바닥난방 등 완화된 규정을 적용해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레지던스를 주거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이후 인허가 등을 까다롭게 해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레지던스를 편법으로 주거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를 양성화하면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피스텔과 레지던스의 세부 법 규정 때문에 용도변경이 불가한 곳이 많아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복도 폭의 경우 오피스텔은 복도 양쪽에 문이 있으면 1.8m 이상, 한쪽에만 문이 있으면 1.2m 이상의 폭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부분 레지던스가 이 건축법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애인을 위한 출입문 손잡이와 점자 블록 변경 등 장애인·노인·임산부법 역시 레지던스와 오피스텔의 기준이 다르다.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레지던스는 설계변경에 필요한 동의율도 이미 사용승인 받은 레지던스와 다르다.

특히 문제가 됐던 부분은 각 지자체의 주차장 확보 기준이다. 제주의 경우 레지던스는 시설면적 200㎡당 1대만 두면 됐지만, 오피스텔은 가구당 1대 또는 전용 60㎡ 이하일 경우 가구당 0.7대의 주차장을 확보해야해 더 많은 주차대수가 필요하다.

제주시는 이 같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난해 12월에 조례를 개정했다.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주차장 확보기준을 한시적으로 2분의1로 완화한 것이다. 전국 지자체 중 레지던스의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위해 주차장 관련 조례를 개정한 곳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다만 건축법상 복도폭 변경, 장애인·노인·임산부법상 출입문 손잡이 높이·점자블럭 변경 등은 지자체 소관이 아니다 보니 완화하지 못했다. 기존 법을 충족하며 신청한 레지던스에 한해서만 용도변경이 진행됐다.

이방훈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제주도 대표는 “1만실 가까이 되는 제주 레지던스 중 양쪽에 문이 있는 복도를 갖추고 있는 곳이 70%다. 이런 중복도 형식은 복도 폭 기준 때문에 거의 다 용도변경이 불가능한데, 가능한 나머지 30% 중에서도 159호실 밖에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장애인 관련법 역시 오피스텔 기준에 맞추려면 전부 다 뜯어고쳐야하기 때문에 이런 법령이 완화되지 않으면 사실상 용도변경을 해줄 수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부에서도 지자체와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2023년 10월 14일)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정책부터 먼저 나오다보니 지자체들의 이해관계, 후속 절차 처리 문제에 시간만 허비하는 상황이다.

레지던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도와주고 싶어도 장애인 관련 법령 등 용도변경을 가로막을 사항을 발견하면 또 전부 멈추는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토부의 법령 완화 이후 지난 1년간 이런 식으로 시간이 그냥 지나갔기 때문에 1년 더 유예를 해주고 국토부가 지자체에 관련 공문을 내리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기한(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에 대한 우려보다도 정부의 적극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실태조사 후 용도변경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 법령 등을 고쳐나가려는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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