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던 故 설리, '노림수'로만 여겨졌던 비운의 선구자 [TEN스타필드]

우빈 입력 2022. 10. 14.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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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설리 3주기
위안부·삼일절, 뚜렷한 신념 드러내
낙태죄 폐지 축하·탈코르셋 등 페미니즘에 앞장서
시대 앞서간 비운의 선각자
[텐아시아=우빈 기자]
설리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이슈를 분석해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설리의 시간은 2019년 10월 14일에 멈춰있다.

기사를 접했던 모두가 믿지 않았던, 오보이길 바랬던 그날이 또다시 찾아왔다. 오늘(14일)은 설리(본명 최진리)가 떠난 지 3년이 지난날.

사랑의 크기만큼이나 미움받았던 설리. 과거는 미화된다지만 수년이 흘러서야 설리를 돌아보니 그가 반 발자국 앞서 나갔던 이라는 걸 알겠다.

예쁜 얼굴만 보느라 마음을 보지 못했고 아이돌이란 이유로 해사한 미소만 짓게 했다. 똑똑하고 자기 주관이 확실한 설리였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느라 독특한 행동을 일삼는 이슈 메이커로만 판단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K팝 팬이라면 2009년 SM 새 걸그룹 멤버로 소개된 설리를 기억할 것이다.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던 소녀의 등장에 업계는 뒤집어졌고 어떤 방송을 틀어도 설리가 항상 언급됐다. 

걸그룹 에프엑스(f(x)) 활동과 더불어 '인간 복숭아'란 찬사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설리. 20살 어린 나이에 14살 많은 힙합 가수를 만나며 설리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안좋은 쪽으로. 

갓 성인이 됐기에 순수했고 서툴렀다. 설리의 전 남자친구는 연인으로도 인생 선배로도 설리를 잘 이끌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방관하고 부추겼으며 희롱의 대상으로 가사를 쓰는 등 보호해주지도 않았다. 타의로 잘못을 쌓았지만 설리를 사랑했던 팬들은 감당할 수 없었고 많은 팬들이 설리에게 등을 돌렸다. 

2015년 에프엑스를 탈퇴한 설리는 더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찾아나섰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배우와 '선배님, 후배'라는 호칭을 쓰지 않고 '~씨'라고 통일하면서 '동료'로 평등해지길 원했다. 

남자친구와 결별한 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기림의 날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냅니다'라는 포스터를 올렸고, 3.1절엔 대한독립만세라고 외쳤다. 일본 팬들의 항의에도 설리는 꿋꿋했다.

또 낙태죄 폐지에도 목소리를 높이며 '모든 여성에게 선택권을'이라고 소신을 밝혔고, 'GIRLS SUPPORTING GIRLS’(여자는 여자가 돕는다) 문구가 적힌 티셔츠로 페미니즘을 외쳤다. 

특히 설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해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설리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을 자주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여성의 속옷 착용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향해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며 "시선강간이 더 싫다"고 말했다. 

지금 돌아보면 결코 이상하지 않은 행보들이었지만, 당시엔 많은 비난을 받아야했다. 설리는 설리답게 한 행동이었지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대중은 설리의 노림수로만 여겼다. 

아역 배우 시절부터 호감형 연예인이었던 설리는 어떻게 해야 사랑받고 예쁨받는 지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리는 자신을 포기하면서 사랑을 받고 싶지 않았다. "미움이 아니라 낯설어서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해하려 노력했다. 

"(대중에게)사랑받고 싶죠. 너무나 당연히, 그치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제 정체성까지 바꾸고 싶진 않아요. (중략) 스스로에게 주어진 자유를 억합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나와 생각이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 무조건 잘못된 거고 나쁜 건 아니에요. 단지 다른 뿐이죠. 시간이 지나면 점점 익숙해지겠죠." (설리, 2016년 쎄시 인터뷰 中)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했던 설리. 틀에 얽매이지 않고 선택하고 결정하며 자신의 삶을 찾으려 했던 최진리. 멋진 사람을 너무 일찍 잃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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