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프로스포츠와 진입장벽

송용준 2022. 10. 1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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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장벽'이란 말은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외부 경쟁자 진입을 막고 그 안에 있는 당사자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득권 보호 장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 진입 장벽은 '리그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프로리그 진입 장벽에 관해 얘기한 이유는 프로농구 신생 구단 캐롯 점퍼스 운영 주체인 데이원스포츠의 가입금 미납 사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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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장벽’이란 말은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외부 경쟁자 진입을 막고 그 안에 있는 당사자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득권 보호 장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에도 이런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프로리그 새 구성원이 되려면 기존 멤버 동의와 함께 기준 요건을 통과해야 한다. 연고지 등 기존 멤버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구단을 인수했다고 해도 무조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구단 운영 능력 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그 검증 방식 중 하나가 가입금이다. 기존 구단을 인수해 그 권리를 그대로 승계할 경우 다른 구단 이익을 침해하지 않지만 그래도 굳이 가입금까지 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기존 구성원들의 ‘갑질’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진입 장벽의 부정적인 면만 바라보는 시각이다. 프로 스포츠 진입 장벽은 ‘리그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기존 구단을 인수해 소유하는 것과 구단을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운영할 능력이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구단을 인수만 하고 제대로 된 투자나 운영을 하지 않으면 그 리그는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고자 가입금을 내게 해 구단 운영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구단 운영 계획서를 받아 심사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렇게 장황하게 프로리그 진입 장벽에 관해 얘기한 이유는 프로농구 신생 구단 캐롯 점퍼스 운영 주체인 데이원스포츠의 가입금 미납 사태 때문이다. 기존 구단이었던 오리온을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든 데이원은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 스폰서로 삼아 2022∼2023시즌부터 리그 참가를 선언했다. 그에 앞서 데이원은 프로농구 가입금 15억원을 한국농구연맹(KBL)에 납입해야 했다.

하지만 데이원은 가입금 15억원 중 1차분 5억원을 약속했던 9월30일까지 내지 않고 두 차례나 연기했다. 결국 KBL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13일 정오까지 5억원을 내지 않으면 캐롯의 시즌 참가를 불허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리그 파행을 감수하겠다는 강경책이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듯 데이원은 12일 다급히 5억원을 납부했다. 그리고는 “더는 자금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데이원 측은 아마도 가입금을 기득권의 상징으로서 ‘진입 장벽’쯤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이런 인식 속에 일단 리그 참여라는 벽 하나를 넘었으니 가입금 정도는 천천히 해결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가 이번 해프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데이원이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안전장치로서의 진입 장벽이다. 가입금은 캐롯 구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리라는 것을 다른 리그 구성원들에게 약속하는 의미도 있었던 것이다.

데이원은 처음부터 이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구단의 안정적 운영에 대한 의심을 스스로 유발했다. 구단 창단에 앞서 4년치 재정 계획이 이미 수립됐다고 밝혔던 데이원이지만 이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남은 10억원의 가입금을 시한 내에 제대로 납부할 것인지도 이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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