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서두 쓰기의 어려움

2022. 10. 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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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첫 문장, 첫 단락을 쓰기가 어려운 적이 없었는가? 글쓰기도 어렵지만 그 중에도 서두 단락을 쓰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다.

그래서 첫 단락은 중요하기도 하고 쓰기도 어렵다.

첫 단락이 인상적이어야 하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일단 첫 단락이 만들어져 본문과 잘 연결되면 그 다음은 많은 것이 순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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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첫 문장, 첫 단락을 쓰기가 어려운 적이 없었는가? 글쓰기도 어렵지만 그 중에도 서두 단락을 쓰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다. 뛰어난 저술가인 수전 손태그도 서두를 쓸 때면 언제나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첫 단락이 어려운 이유는 거기로부터 본문과 결말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첫 단락이 나오면 그 다음 단락들은 자연히 첫 단락의 의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첫 단락은 중요하기도 하고 쓰기도 어렵다.

첫 단락이 인상적이어야 하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서두가 인상적이어야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다. 서두부터 지루하고 김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독자들은 아예 읽지를 않을 것이다. 영화나 유튜브 같은 재미있는 영상 매체가 널려 있으니 답답한 글을 읽으려는 독자는 없다. 그래서 독자를 한눈에 사로잡을 흥미롭고 인상적인 문장들이 필요한 것이다. 소설가 존 러카레이가 한 다음 말을 생각해 보자. “‘고양이가 매트에 앉았다’라는 문장으로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힘들지만 ‘고양이가 개의 매트에 앉았다’라는 문장으로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기자들의 글쓰기 교본에 흔히 나오는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는 말도 흥미 있는 서두가 어떤 것인지 말해준다.

예전에는 서두 단락이 무겁고 진중했다. 글의 목적이나 이유, 주장을 간략하게 쓰거나 주요한 개념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의 글을 보면 이런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서두로 주제와 관련해 흥미롭고 재미있는 예화나 사건, 인용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철학과 관련된 무거운 주제를 쓴다고 하더라도 서두만은 그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로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래서 독자가 “이건 뭐지?”라는 호기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독자가 일단 글을 읽도록 해야 쉽든, 어렵든 이야기를 전달할 수가 있다.

좋은 서두를 쓰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서두에 사용할 여러분만의 무기를 장만하라고 권하고 싶다. 여러 책을 읽으면서, 또 영화를 보면서 좋은 어구나 일화를 메모하면서 기억해두자. 그도 아니라면 글을 쓸 때 도서관을 뒤지면서 좋은 인용구나 예화를 열심히 찾아야 한다. 일단 첫 단락이 만들어져 본문과 잘 연결되면 그 다음은 많은 것이 순탄해진다. 소설가 마르케스의 말처럼 첫 단락에서 주제와 문체, 분위기가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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