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시 새 자원회수시설, 지역 명소로 조성되길

2022. 10. 13. 23:2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눈의 여왕! 우리 세대는 안데르센 동화를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다는 인어공주상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다행인 것은 자원회수시설에 대해 서울시민의 5.2%만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다.

쓰레기 소각장이 아닌 자원회수시설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깨끗하고 청량한 시설이라는 이미지로 만들어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눈의 여왕! 우리 세대는 안데르센 동화를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다는 인어공주상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상체는 사람, 하체는 물고기 모습을 한 채 바위 위에 앉아 바다를 처연하게 바라보는 인어공주상! 누군가 코펜하겐에 다녀와 인어공주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한없이 부러워지곤 했다.

실제로 코펜하겐은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2019년에 떠나야 할 세계 최고의 도시 ‘톱10’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코펜하겐을 설명한 내용을 보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코펜하겐을 대표하는, 꼭 가봐야 할 관광지 중에 인어공주상이 없었던 것이다. 대신 폐기물 처리시설이 떡하니 올라 있었다. 아마게르 바케, 우리 말로는 아마게르 지역의 언덕이라는 곳이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전 수원지검 1차장
북유럽은 끝없는 평원의 연속이다. 그런 도시 한가운데 소각장을 높은 언덕처럼 만들어 옥상에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와 전망대를 설치했다. 꼭대기에서 아래쪽까지는 스키를 탈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야외 스키장이 설치된 것과 같은 것이다. 인공암벽장과 트레킹 시설도 있었다. 가히 코펜하겐을 대표하는 관광지라 할 만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살았던 목동의 아파트가 생각났다. 부근 100m 안쪽에 굴뚝 너댓 개가 있는 소각장이 있었다. 사실은 소각장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 날 아파트 관리비 내역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관리비가 생각보다 훨씬 적게 나왔던 것이다. 아내에게 이유를 물으니 옆에 있는 시설이 소각장이어서 난방비 일부가 지원된다는 것이었다. 소각장에서 나오는 열로 난방을 공급하기 때문이란다. 얼마 후에는 아파트에 현수막이 붙었다. 소각장 시설을 모니터링하는 주민 요원을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주민들의 불안을 없애기 위한 방법인 것 같았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새로운 자원회수시설 입지를 선정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주변 300m 이내에 주거시설이 없는 곳이라고 한다. 기존 시설을 지하로 넣고, 지상으로는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외국의 선례와 서울시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이 우려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주거 환경이 나빠지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자원회수시설에 대해 서울시민의 5.2%만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다. 대다수인 93.3%는 좋은 방법이거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는 25%, 찬성은 70%였다. 서울시민 모두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라고 본다.

이제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은 서울시의 몫이다. 쓰레기 소각장이 아닌 자원회수시설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깨끗하고 청량한 시설이라는 이미지로 만들어야 한다. 주민들의 우려가 현실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주민들로 하여금 지역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겨우 첫걸음을 뗀 자원회수시설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전 수원지검 1차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