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반창고처럼 붙이면, 멀리 있어도 촉감 생생히 전달

이정호 기자 2022. 10. 1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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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개발
'텔레햅틱' 기술 고도화 성공
실제 촉감 재현, 97% 일치
메타버스·VR 등 활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특정 물체를 만졌을 때 나타나는 촉감을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사람의 손가락으로 원격 전송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손가락 끝 피부에 반창고처럼 붙일 수 있는 특수장치로 원거리에서 발생한 촉감 정보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텔레햅틱’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엔피제이 플렉시블 일렉트로닉스’ 최근호에 실렸다.

이번 기술은 실제 물건과 접촉해 질감 등의 정보를 얻는 ‘촉각 수집 센서(왼쪽 사진)’와 수집된 정보를 무선통신으로 원거리에서 전달받아 진동과 압력을 발생시키는 기기인 ‘촉각 재현 액추에이터(오른쪽)’로 구성돼 있다. 진동과 압력은 실제 물건을 문지르거나 만졌을 때 나타나는 감각을 흉내낸다.

연구진은 촉각 수집 센서와 촉각 재현 액추에이터를 피부에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만들면서도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두 장치를 붙이는 기판을 머리카락의 20분의 1 두께인 4㎛(마이크로미터)로 제작했고, 그 위에 크기가 1㎜ 수준인 소형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붙였다.

실제 촉감과 재현된 촉감은 97% 일치한다. 이 기술을 쓰면 원격에서 면과 폴리에스테르, 스판덱스 같은 서로 다른 직물의 재질을 구별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글자 표면을 만지거나 플라스틱 막대가 손끝을 굴러갈 때 나타나는 느낌도 원격에서 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이 응용되는 미래에는 박물관에서 직원이 특정 유물을 손으로 만지면 주변에 모인 관람객들이 동시에 자신의 손가락 끝에서 생생한 촉감을 느끼는 경험도 기대할 수 있다. 현실세계와 분리된 메타버스와 VR·AR에서도 이 기술이 쓰일 가능성이 있다. 사용자는 떨어진 공간에서도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까지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메타버스에 차려진 마트에서 상품을 집을 때 느껴지는 감각을 그대로 현실에서 느낄 수 있다면 향후 온라인 쇼핑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현재는 블루투스를 사용해 최대 15m까지 촉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인터넷과 연동해 전달 거리를 연장할 계획이다. 김혜진 ETRI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열감과 냉감까지 전달해 현실감을 더 높일 수 있는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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