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하청 처우 개선한다며..'하청노동자 패싱'한 정부

박태우 2022. 10. 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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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 주 '조선업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대책 마련 과정에서 정작 51일간 파업으로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드러낸 당사자 목소리는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함께 발표하는 이번 대책에는 조선업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대책과 함께 원하청 상생협약 이행 기업에 근로복지진흥기금을 재원으로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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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내주 '이중구조 개선안' 발표 앞두고
원청·하청 대표 잇따라 만났지만
하청노조는 단 한차례 면담에 그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방문해 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가 다음 주 ‘조선업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대책 마련 과정에서 정작 51일간 파업으로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드러낸 당사자 목소리는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수차례 “(하청) 노조 의견을 당연히 들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노동부 등은 지난 8월 단 한 차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을 만났다.

13일 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다음 주 관련 부처와 함께 조선산업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함께 발표하는 이번 대책에는 조선업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대책과 함께 원하청 상생협약 이행 기업에 근로복지진흥기금을 재원으로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 마련 과정에서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인한 저임금 등 하청노동자 문제를 세상을 알린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가 사실상 배제됐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지난8월 현장 방문을 온 관계부처 공무원들을 만난 것 외에 별도로 (정부 관계자를) 만난 적도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며 “다음 주 대책 발표 이야기도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조선하청지회는 경남 거제·통영·고성 지역 조선소 하청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해 2017년 출범했으며 지난 6월2일~7월22일 원청 대우조선해양 및 하청업체 등을 상대로 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는 파업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계기로 조선업 원하청 이중구조 개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낮은 임금 수준 △임금 체불 △사회보험료 체납 △소규모 하청업체의 잦은 폐업 △하청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제한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실제 최근 노동부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3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원하청 노동자 임금 현황 자료를 보면, 하청노동자 연봉은 3620만원으로 원청 노동자의 59~70%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연평균 근로일수는 하청이 270일로 원청(180일)보다 1.5배 많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아 “점거 농성을 풀면 최선을 다해 원하는 내용이 평화적으로 타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8월 조선업 ‘빅3’ 대표이사와 하청업체 대표들을 잇달아 만났을 뿐 조선하청지회와의 만남은 없었다. 노동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관련 연구를 맡긴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역시 중소 조선사 4곳의 하청업체 대표 및 하청노동자와 간담회를 했지만, 조선하청지회는 배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선하청지회 요구가 정부 대책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저임금·고용구조 개선 뿐 아니라, 하청업체 사업주의 임금체불과 4대 사회보험료 체납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지적에 노동부 관계자는 “조선업 원하청 노사와 함께 상생협의체를 구성하면 노조(조선하청지회)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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