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불가'..미 국가안보전략 공개
'한국 정부에 물어라'…미국 속내는?
보도 이후 미국에서도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현지 시간 11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 소통 조정관의 화상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동맹 사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며 한국 정부로 공을 넘겼습니다. 대신 '다시 한 번'(again) 확실히 하겠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아직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술핵에 대한 질문은 미 국무부 브리핑에서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역시 "한국 문제는 한국에 물어야 한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대신 "한국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안보 약속은 철통 같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등 모든 범위를 포함하는 확장억제 약속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물 건너 간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미 '국가안보전략' 공개
미 NSC는 48쪽짜리 문건으로 된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이 불법적인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이란과 함께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소규모 독재국가로 거론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북한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외교적 해법을 계속 모색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입니다.
내용상으로는 지금까지 뉴스를 통해 들어온 미국의 입장과 크게 다를 게 없지만 전술핵 재배치가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이 대외 전략으로 밝힌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미국이 명시한 비핵화 대상이 불법적으로 핵 능력을 개발해온 북한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내 배치 아니어도…정부 내 '전술핵 구상'
SBS 취재 결과, 정부도 내부적으로 전술핵 배치와 관련한 복수의 구상을 실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에 요청해 괌에 전술핵을 배치한 뒤 이를 공동 운용하는 방안, 그리고 나토식 핵 공유 방안 등입니다. 나토식 핵 공유는 1954년부터 시작됐는데, 미국은 현재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다섯 나라에 공중 투하용 전술핵 190개 정도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토에 핵을 배치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공유하는 방법도 거론됩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 영토인 괌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유사시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전술핵 도발 위협 등 상황이 엄중한 만큼 괌 정도에 전술핵을 갖다 놓고 운영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런 의견이 대통령실 입장으로 굳어진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SBS가 취재한 정부 내 전술핵 관련 검토 내용을 보면, 미국의 대외 전략인 국가안보전략에서 밝힌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걸로 보입니다.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포함해 그간 양국 간 대북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돼 온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핵 정책을 감안해 전략 검토를 하고 있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어찌됐건 90년대처럼 한국에 다시 미군의 전술핵을 들여오는 건 어렵게 됐습니다.
이미 핵과 투발수단을 모두 손에 쥔 북한을 상대로, 미국의 대외 정책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지, 안보 문제에 자신감을 비쳐온 현 정부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사진=백악관 책자 표지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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