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추경호 "한미 통화스와프, 깜짝 발표 없다..더 이상 언급 않겠다"
미국 뉴욕에서 취임 후 첫 한국경제설명회를 진행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깜짝 발표는) 없다. 통화스와프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 않겠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12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재부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추 부총리는 “해외 투자자들은 특별히 한국을 위험 대상으로 놓고 보지 않고, (고환율 문제는) 미국의 고강도 금융긴축에 따라 전 세계가 겪는 공통적 현상으로 우려했다”며 “한국에 특별히 문제나 리스크가 있어서 투자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분위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각종 경제 지표를 통해 국내에서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대답이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2.2원까지 올라 13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96억6000만달러 감소해 13년11개월 만에 최대로 줄었다.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도 올해 가파르게 올랐고, 그나마 버텨주던 경상수지마저 지난 8월 적자로 돌아섰다.
다음은 추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어제 한국경제설명회를 진행했는데 어떤 질문들이 주로 나왔나.
“재정건전성, 정부 정책 방향, 대외 건전성, 가계부채,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다. 원자력 발전 비중 목표, 반도체 기술 지원에 대한 정책 기조, 높은 중국 의존도 등 주제도 나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질의응답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선진국형 IR(설명회) 형식을 취했다. 솔직하고 좋았다고들 평가했다.”
-고환율 상황에 대한 질문은 없었나.
“기본적으로 그들은 환율 문제가 우리 한국만의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 문제가 있고, 한국에만 리스크가 있어서 특별히 점검하고 이런 대상은 아닌 분위기다. 전 세계가 미국의 고강도 금융 긴축에 따라 스트레스가 있다는 관점이다. 앞으로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건데 포괄적인 어려움을 전 세계가 가질 것이라는 식이다. 오히려 내가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고 역으로 물어봤다. 자기들이 봐도 대외건전성 등 각종 환경이 과거 1998년이나 2008년과는 다르다는 식이었다.”
-그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무엇을 우려하던가.
“가계부채에 대한 것이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주춤해지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된 최근의 상황을 전달했다. 우리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등 일관된 정책을 가져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
-그 밖에는.
“당장 우려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다만 전 세계 환경이 점점 좋지 않아지는 걱정은 다 같이 있었다. 우리도 거기서 예외가 될 수 없을 뿐이다. 다만 스리랑카처럼 굉장히 취약한 국가는 있다. 한국은 그런 곳과는 다른 상황이다.
글로벌 환경의 어려움이 내년까지 지속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럴 때 누가 버티느냐, 튼튼한 놈이 버틴다. 약한 나라부터 쓰러진다. 영국의 사례를 보라.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변동성이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줄지 모른다. 살아남으려면 튼튼한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어떤가.
“당초 우리 정부가 전망했던 성장률은 올해 2.6%, 내년엔 이보다 0.1%포인트(p) 낮춘 2.5%였다. 내년 전망엔 희망적 정책 의지를 넣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2.5%보다 훨씬 낮아질 것 같다. 구체적인 수치는 상황 더 지켜보고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하겠다. 다만 올해 수치를 보면 나쁘지 않다. 상반기만 떼어놓고 보면 약 3% 된다. 3% 성장은 이런 대외환경 속에서 나름 선방한 거다.”
-내년 더 어두운 경제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의 경기 관리 방안이랄 게 있나.
“정부가 빚내서 또는 세금 더 거둬서 지출을 늘리는 확대 재정 방안뿐만 아니라, 덜 거둬서 세금 감면해주는 조세지출 방안도 경기 진작책이다. 법인·소득세 감면한 게 조세지출 쪽에서 내년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세제 개편안을 가져온 것이다. 제일 쉬운 게 빚내서 돈 더 쓰는 건데, 단기 일자리 만드는 데 일시적 효과만 나타난다. 생산적이지 않다. 더 중요한 건 규제 완화다. 돈 안 들이고 경기 활성화하자는 게 내 입장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푸는 방안을 아예 배제하겠단 건가.
“대한민국 현 체제에서 빚이 더 많아지면 투자자들은 서서히 등 돌리기 시작할 거다. 아직은 재정 수준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높아도 버티는 거다. 대규모 실업, 경기침체가 추가경정예산(추경) 요건인데, 그건 그런 요건일 때 하는 거다.
다만 내년 전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올해보다는 내년에 낮아질 거다. 경기가 (생각보다) 더 안좋으면 여러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국회도 협조해 달라. 경기 살리기 위해서 세금을 덜 거두겠다는 건데 야당은 희한한 이름(부자, 대기업)의 감세라고 자꾸만 프레임 잡고, 빚내서 돈이나 뿌리라고 한다.”
-설명회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금리가 계속 오를 것 같은데 한국 정부의 대응책이 뭐냐고 누가 묻길래, 생각해 보니 진앙은 미국이지 않나.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안 올리는 게 답이다’라고 했더니 다들 웃었다. 한 영국계 투자자는 또 기재부 정책을 영국에 갖다주고 싶다고 하더라. 많은 사람이 웃었다. 질의응답만 약 1시간 가까이 진행했는데 각본 없이, 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가 질문했다.
-전날 한국은행이 사상 두번째 ‘빅스텝’을 단행했다. 평가 부탁한다.
“내가 평가할 일이 아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와 이견이 전혀 없다. 업무에 있어서 의사소통도 잘 되고 호흡이 잘 맞는다. 정책의 최우선은 물가 안정이라는 입장을 강조해 왔는데, 물가 안정은 곧 금리 정책으로 나타나고 이는 환율 안정하고도 관련된다. 환율 안정, 금리, 물가 안정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중앙은행도 나와 스탠스가 같다. 엇박자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미 역전 금리 격차 1%p까지 감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 것에 동의하나.
“총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이견 없는 것이다.”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취약계층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거기엔 어떻게 대응하나.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자주 회의하면서 금융 취약 계층 프로그램, 단기 시장 안정 조치를 비롯해 정책금융기관의 단기 회사채 소화, 자금 공급 등 노력하고 있다. 필요할 땐 한은이 국채를 단순 매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놨다.”
-한미 통화스와프 같은 진전이 이번 일정 중에 있을 수 있나.
“없다. 통화스와프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 않겠다.”
-이번 일정에서 양자 면담 어디와 진행하나.
“오늘 아침에 인도 재무장관과 면담했고, 내일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한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과는 양자 면담 계획 없다. 전 세계 국가들이 모이다 보니 시간이 없을 수 있어서 지난번 20분간 통화로 갈음했다. 이번에 깊이 있게 대화할 시간을 찾는 건 어려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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