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제 무기 구해요!"..우크라 위해 전 세계 무기고 샅샅이 뒤지는 서방
미국, 키프로스 무기고에 관심.. 무기 금수 해제
나토 "우크라에 무기 지원하되 곳간도 채워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 무기고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크림대교 폭발·붕괴에 분노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 10여 곳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면서 우크라이나 대공 방어력 증강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에 익숙한 소련제 무기 재고가 바닥나고 있어 고민이 크다. 그간 소련제 무기 공급처 역할을 해 온 동유럽 국가의 무기고를 다시 채우는 일도 쉽지 않은 과제다.
서방 “무기 지원 강화”… 새로운 무기 공급처 물색
11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더 많이 확보한다면 러시아를 더 잘 막아낼 것”이라며 동맹국들에 무기 공급 확대를 촉구했다. 주요 7개국(G7)도 긴급회의를 열어 “변함없는 재정,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대적이고 효과적인 방공 시스템을 갖춰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멈출 것”이라고 호소했다.
때마침 서방이 앞서 배송한 첨단 무기도 우크라이나에 속속 도착했다. 미국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추가 물량 4기와 독일이 제공하는 대공방어체계 ‘IRIS-T’ 1기가 나란히 입고됐다. 나아가 미국은 백악관 방어에 사용하는 첨단 지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를 조기에 투입하기로 했고, 독일·노르웨이·덴마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슬로바키아제 ‘주자나 곡사포’ 16기를 별도로 주문했다.
그러나 보병들이 전장을 누비며 쓰는 무기는 여전히 소련제 또는 러시아제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우크라이나가 구소련 시절 무기 체계를 운용하고, 병사들 역시 소련제 무기로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서방이 소련제 무기 공급처를 새로 발굴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 결과, 나토 외 23개국이 소련 및 러시아 표준 무기 6,300개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캄보디아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등을 방문해 소련제 무기 수급이 가능한지를 타진했고, 우크라이나 이웃 핀란드는 AK-47 돌격소총에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을 바로 보냈다.
미국 “키프로스 무기 금수 해제할게, 소련제 무기 다오”
소련제 무기를 넉넉히 보유한 나라로 서방이 눈여겨보고 있는 곳은 지중해 동쪽 끝 섬나라 키프로스다. 미국이 그리스계 남키프로스와 튀르키예계 북키프로스 간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35년간 무기 수출을 금지했던 탓에 키프로스는 주로 러시아 무기에 의존했다. △소련제 지대공 미사일 △순항 미사일 △무인기(드론)△장갑차 등 우크라이나에 당장 보낼 수 있는 유용한 무기도 아주 많다.
이에 미국은 이달 1일 공식적으로 키프로스에 대한 무기 금수를 해제했다. 키프로스로부터 소련 무기를 지원받기 위한 선행 조치다. 마리오 펠레카노스 키프로스 정부 대변인도 미국 뉴욕타임스에 보낸 성명에서 “기존 보유 무기와 동등한 전력을 갖춘 다른 군사 장비로 교체된다면 무기와 탄약을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며 “지난 수개월간 미국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무기 금수를 풀자마자 튀르키예가 북키프로스에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나선 터라 키프로스가 당장 무기고를 열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바닥나는 동유럽 무기고… 나토 ‘곳간 채우기’ 고심
개전 직후부터 아낌없이 무기를 내준 동유럽 나라들의 곳간도 서서히 비어가고 있다. 그간 체코는 탱크와 대포를 지원했고, 라트비아와 슬로바키아는 전투용 헬기 등을 실어 날랐다. 폴란드는 122㎜ 구경 다연장로켓포시스템 ‘BM-21 그래드’와 수륙양용 전투차량까지 보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폴란드의 군사 지원 규모는 18억 유로(약 2조5,000억 원)로, 미국(276억 유로)과 영국(37억 유로), 유럽연합(25억 유로)에 이어 네 번째로 기여도가 크다.
심지어 에스토니아는 보유 중이던 미국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전체를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원 규모를 따지면 에스토니아는 무려 0.85%에 달한다. 라트비아는 0.92%로 1위였다. 여느 유럽 국가의 한 해 국방비 지출 규모와 맞먹는 비율이다. 토마스 헨드리크 일베스 전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들이 있다는 건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나토는 12, 13일 열리는 국방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신속히 제공하면서 각 회원국의 빈 무기고를 신속히 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무기 생산은 수개월에서 수년 가까이 걸리는 터라 군수업체들과의 협력이 긴요하다. 카미유 그랑 나토 국방투자 담당 차관보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탄약과 장비를 공동 구매하는 방식을 개선해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랑 차관보는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존하면 더 좋은 가격에 더 빠르게 무기를 조달할 수 있다”며 “군수업계도 명확한 수요를 파악할 수 있어 즉각적으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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