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병가지상사 안 되려면
매뉴얼 따른 후속조치 분명했어야
반복되면 국론 분열, 안보에 부담
수뇌부부터 경각심 늦춰선 안 돼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전장에선 늘 있는 일)라는 말이 있다.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한두 번의 작은 승패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은 어떤 일이든 실수를 할 수 있으니 너무 기죽지 말라는 의미로 쓰인다. 다른 한편에선 한 번 이상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쪽에 무게를 싣기도 한다. 작은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상처로 남게 되는 일이 허다해서다.
군에서 사용하는 전술용어 가운데 ‘METT-TC’라는 게 있다. METT-TC는 ‘임무(Mission), 적(Enemy), 지형 및 기상(Terrain), 가용부대(Troops), 가용시간(Time available), 민간고려요소(Civil consideration)’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군 전술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를 뜻한다. 이번 사고를 보면 민간고려요소는 제외됐다. 소셜미디어와 맘카페 등에 추진체가 불타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한 거다. 군이 이 정도의 디지털 소통환경도 몰랐다니 기가 찬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미사일 발사 장소가 강원도 고성 마차진 대공사격장에서 강릉비행장으로 옮겨진 문제는 논외로 하겠다. 그렇지만 인력운용 문제는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문재인정부 5년간 그 어느 때보다 느슨했던 군이다. 다시 추스르는 과정이 쉬울 리 없다. 미사일 결함도 문제지만 이를 다루는 전문인력 순환과, 관련한 훈련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살펴야 한다. 현무-2C처럼 전력화된 지 2~3년밖에 안 된 최신형 미사일은 잠재적 결함이 작지 않다. 오발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숨겨진 결함을 찾아 고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또 다른 오발사고에 대비한 후속조치 매뉴얼을 어떻게 만들지가 숙제다.
현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무조건적인 비례성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한·미·일 연합훈련에다 미사일 발사에 이어 전술핵 배치까지 거론되는 마당이다. 문제는 벼락치기 시험 보듯 하는 대응에 군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군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있다. 비례성 원칙에 입각해 대응하겠다고 한 게 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을 못 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얼마 전 통화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들먹인 우려다.
여기에 정치권이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을 정쟁의 소재로 삼아 군을 몰아세운다. 안팎으로 험난하다. 군의 처신이 어떤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유사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것은 군의 막중한 사명임이 분명하다. 훈련과 무기체계 운용에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 방심은 자칫 사고를 부른다. 현무-2C와 같은 오발사고가 반복된다면 국론은 분열되고, 결국 안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군 수뇌부부터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될 때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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