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수교 140주년 기념전...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재조명
미국 워싱턴DC 시내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11일(현지 시각)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 자주외교의 기틀을 닦고 한미 우호의 길을 열다’란 제목으로 한·미 수교 140주년 기념전을 시작했다. 1887~1888년 조선의 첫 전권공사로 미국에 파견돼 조선을 계속 속국으로 두려는 청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자주 외교의 길을 걸으려 했던 박정양(朴定陽·1841∼1905)과 후임 공사들의 행적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당시 청은 조선의 외교사절 파견을 인정하는 대신 ‘주재국에 도착하면 바로 청나라 공사관에 보고하고 부임 인사 또한 청 관리와 동행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세웠고, 조선 왕실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박정양은 워싱턴DC 도착 직후부터 독자적인 외교 활동을 시작했고 청 관리 동행 없이 당시 미국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당시 사실상의 조선 총독 노릇을 하던 위안스카이(袁世凱)는 조선 왕실에 박정양을 징계하라는 압박을 끊임 없이 가했고 이 때문에 박정양은 10개월 만에 귀국했다.
내년 4월 9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박정양이 1888년 4월 26일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고택인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을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과 후임 공사들의 마운트 버넌 방문 사진이 있다. 그중 4대 공사 이채연이 1890년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사진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이 밖에 박정양이 미국 국무부에 보낸 편지, 박정양의 묘비 탁본 등과 함께 그의 첫 부인 양주 조씨의 묘지(墓誌)도 전시에 등장했다. 백자청화로 만들어진 조씨의 묘지는 미국의 저명한 한국학 연구자 마크 피터슨 브리검영 대학 명예교수가 소장하고 있다가 박정양의 자손이 있는 반남 박씨 문중에 반환할 예정인데, 반환 직전 이번 전시에 등장했다. 고인의 이름, 신분, 행적을 기록한 글인 묘지는 통상 무덤 옆에 묻는다. 전시를 기획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 관계자는 “이장 중 유실돼 인사동 골동품상에 넘어간 묘지를 우연히 피터슨 명예교수가 구입한 뒤 박정양 공사의 부인 묘지란 것을 확인해 문중에 돌려주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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