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 기후정의행진' 적극 보도 의미 커..분석적 경제 콘텐츠 필요

김보미 기자 2022. 10. 1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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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 10월 정기회의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022년 10월 정기회의가 지난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역대 최대 기후 관련 집회, 활동가들 현장의 목소리 생생히 담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명명, 지역에 대한 낙인효과 우려되기도
집중호우 이후 ‘물에 잠긴 반지하에 다시 산다는 것은…’ 보도 돋보여
법원 판결 기사서 통계 해석 오류 아쉬워…촘촘한 분석 뒷받침돼야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2022년 10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나리(미디어인큐베이터 오리 대표), 박영흠(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윤희웅(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표미정(동명여고 수학교사) 위원이 참석했고, 오지혁 위원(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경향신문에서는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이 함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향신문이 뉴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는 유튜브를 활용한 콘텐츠 제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복잡한 경제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판단을 도와줄 분석적인 경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4일 열린 역대 최대 규모 환경 집회 ‘9·24 기후정의행진’을 다수의 기사와 칼럼 등을 통해 적극 보도한 것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있었다.

신지영 = 지난달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해 언론에서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언론이 사건·사고에 이름을 붙일 때 과거에는 피해자를 드러내 문제가 됐는데, 최근에는 이를 지양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사건 이름에 지역명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름 짓기가 쉽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경우 해당 지역에 대한 낙인효과 우려가 있다. 대안으로 ‘2022 스토킹 살인 사건’ 등 사건 이름에 연도를 붙이는 것은 어떨까 한다. 2023년에 또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면 경각심을 줄 수도 있다. 이번 사건처럼 가해자가 특정된 경우에는 가해자 이름을 붙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지난달 28일 보도된 기획기사 <물에 잠긴 반지하에 다시 산다는 것은…서울 폭우 50일 현장 둘러보니>는 지난 집중호우 사태의 후속 보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나온 돋보이는 기사다. 물에 잠겼던 반지하에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사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하기 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기사에 한국에 가면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방한 결과 발표에서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가, 백악관이 ‘언급했다’고 발표하자 정정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대통령실의 발표가 정정됐다고만 보도했을 뿐, 그 배경에 대한 적극적인 추적보도가 없어 아쉬웠다.

표미정 = 3회에 걸쳐 나간 <n번방, 남겨진 공범들> 시리즈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1회는 여전히 디지털 공간에서 또 다른 지옥을 만들어내고 있는 가담자들을 다뤘고, 2회는 피해자 목소리는 배제되고 재판부가 가해자에 공감하면서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담았다. 3회에서는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플랫폼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고, n번방 방지법도 미흡해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디지털성착취 범죄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일깨워 준 기사다. 최근 벌어진 스토킹 살인 사건과 맞물려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한부모 가정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나 교육청이 지원하고 있지만 청소년 부모들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도, 지원도 없다는 내용의 <청소년 부모 교육지원 사업 ‘0’…‘고딩 엄빠’도 공부하고 싶어요> 기사도 의미 있었다. 다만 한부모 가정 지원 정책은 무엇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 부모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의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었으면 단지 흘러가며 읽는 기사 이상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기사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나와 있는데, 후속 기사를 기대하겠다.

곽경란 = 법원 판결을 분석하는 기사에 좀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사법부는 내 편” 성범죄자의 큰소리, 빈말이 아니었다> 기사에서 디지털성범죄 사건 판결 가운데 징역·금고 등 실형 선고는 20건(7.3%)에 불과하고 집행유예 61.5%(169건), 벌금형 29.1%(80건)이고, 선고유예도 2.2%(6건)라고 썼다. 그러나 집행유예가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어서 징역형, 금고형뿐 아니라 벌금형에도 있다. 선고유예도 마찬가지로 징역형, 자격정지형, 구금형, 벌금형에 다 있다. 집행유예와 선고유예를 징역·금고형이나 벌금형과 동일 기준에서 통계를 잡으면 부정확한 분석이 된다. <스토킹범 재판 가도 징역형 선고 14%뿐> 기사에서는 총 218건의 판결 중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공소가 기각된 사례가 68건(31.2%)에 달했는데, 이는 모든 범죄 평균 공소기각률(1%)과 비교하면 매우 높다고 썼다. 그런데 현재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체 범죄 중 이 같은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다. 다른 반의사불벌죄의 현황과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전체 범죄와 비교하면 당연히 공소기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부정확하게 지적하면 법원도 아파하지 않는다.

박영흠 = 경향신문에 종합적인 뉴미디어 전략이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에서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인구가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유튜브에는 쓰레기 같은 콘텐츠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엔 이용자가 많아지고 저변이 넓어지면서 상당히 다변화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공략해야 할 미래 독자인 청년들이 유튜브에 있고, 이제는 중장년층도 일상적으로 많이 이용한다. 뉴미디어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유튜브에 적응해야 한다. 포털을 대체하는 미디어가 등장하는 이 시점에 생존을 위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콘텐츠·미디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경향신문에는 ‘암호명3701’이나 ‘플랫’ ‘끼니로그’ ‘인스피아’ 등 좋은 뉴미디어 콘텐츠들이 많다. 그런데 뉴미디어 전략이 다양한 플랫폼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계획 아래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회적, 단기적으로 반짝하다가 그만둘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담당자들의 헌신이나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 조짐이 보이면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를 보면 경제위기와 관련된 사실만 전달하고 위기를 경고하는 수준이다. 이번 위기가 과거 위기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다 내실 있는 경제 기사가 필요하다.

김나리 =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일어난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논란과 관련해 MBC가 고발을 당했다.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경향신문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루나 지켜봤는데, 사태를 무겁게 보는 보도가 기대만큼 많진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사, 방송사가 기업 소유인데, MBC는 공영방송이다. MBC에서 벌어지는 일이 경향신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공공성을 침해하는 언론탄압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보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언론의 공공성을 지켜 나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해법이 있는지 보여줬으면 좋겠다. 지난달 24일 서울 도심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일부 언론사들은 이 행사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는데, 경향신문은 꽤 많은 기사를 썼다. 특히 청소년들의 관점에서 기후정의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사가 좋았다. 당시 국민들의 관심이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쏠려 있을 때였지만 기후정의행진은 언론이 반드시 알려야 할 이슈였다. 신문사도 유튜브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언론사는 기사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지고 있은데, 그 가치는 매우 높다. 유튜브에 맞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목표보다 경향신문이 갖고 있는 훌륭한 기사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어떻게 가공해 전달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윤희웅 = 요즘 언론 소비자들은 낮엔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보고 종이신문은 다음날 보게 된다. 종이신문의 기사가 전날 온라인 기사와 다른 심층성으로 차별화돼야 하는 이유다. MBC에 대한 여권의 비판, 감사원의 중립성 문제, 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가처분 문제 등 최근 이어지는 각종 정치 상황에서도 본질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통찰할 사안들이 많다. 경향신문이 이런 정치적 쟁점들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분석으로 온라인 매체와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 관련 기사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민들의 걱정이 큰 것은 현재의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한국이 과연 어느 수준인지 감이 안 오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금리나 환율, 물가 상황 등과 비교·분석을 하는 기사가 독자들의 답답함을 조금은 풀어줄 것 같다. 경향신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다른 매체들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진행되는 국회 국정감사도 유튜브 채널을 이용하면 훌륭한 보도를 할 수 있다. 재원이나 장비, 인력 등이 필요하다 보니 조기에 유튜브를 활성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뉴미디어 부문은 흐름에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한시적으로라도 대안 뉴미디어 매체들과 협업해서 흐름을 따라가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오지혁 = 기후정의행진은 총 3만5000명의 시민이 모인 역대 최대 기후 관련 집회였다. 경향신문은 현장 분위기와 당사자들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고, 체제 전환과 기후정의를 외친 이번 행진의 의의를 잘 평가했다. 특히 많은 칼럼을 통해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됐다. 김현우씨의 칼럼 <파트타임 기후활동가 어때요>는 독자들을 광장으로 끌어오는 힘이 보였다. 주간경향에서도 기후행동 특집 기사들을 마련해주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소송의 흐름을 소개하는 기사나, 근본적인 사회적 전환을 위해 법체계를 바꿔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제는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얼마나 높은 수준의 결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기존의 법이나 제도를 어기는 저항을 ‘직접행동’이라 부른다. 영국 환경단체 멸종저항이 피카소 작품에 접착제 바른 손을 붙인 이유를 설명하는 기사, 녹색당과 청년기후긴급행동 등 단체들이 기후운동을 하다 재판에 휘말린 사례를 소개하는 기사 등에는 활동가들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급진적인 수단을 택하는 의도와 맥락이 잘 담겨 있었다.

정리 |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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