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빙하기'
금리 부담에 전세보다 월세 선호
오피스텔 등 수익형도 인기 ‘뚝’
갭투자 ‘초초급매물’ 등장 가능성
한국은행이 1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서 부동산 거래시장의 ‘빙하기’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 하락기라는 인식이 공고해지면서 매수심리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 낮은 대출금리를 활용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투자수요’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실거주 수요자 역시 점점 커지는 대출금리 부담 때문에 매수를 미룰 가능성이 더 커졌다. 전·월세시장의 월세 선호현상 역시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을 받았던 기존 세입자들이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고 대출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월세로 전환하려는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월세 선호현상이 강해지면 임차보증금과 은행 대출에 의존해 사실상 ‘무자본’으로 집을 사들인 갭투자자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인데, 빅스텝 단행으로 금리가 사실상 다른 호재들을 압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출금리의 급격한 인상과 맞물려 거래절벽과 가격하락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특히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 재개발뿐만 아니라 MZ세대의 ‘영끌빚투’ 대상이었던 중소형, 중저가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금리부담에 가격을 크게 낮춘 초초급매물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 수석위원은 “ ‘영끌족’들의 주요 매입지역인 서울 외곽 및 경기도 GTX 개발호재 지역들이 최근 가장 먼저 큰 폭으로 호가가 조정되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금리인상기가 끝날 때까지 거래시장 관망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세수익은 나오지만 매매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는 수익형 부동산이나 원룸 오피스텔 등은 금리가 오르면 종전보다 선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에 투자금을 넣어놓아도 연 5%의 예금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수익형 부동산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이 지난 1~8월 실거래가 기준 3~4%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가 올랐으니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한편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이 내려갔으니 빚을 내 집을 산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가계부채 증가율 조정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어 죄송한 마음이지만 거시경제 전체로는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인하·송진식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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