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국 연임 실패... ‘文정부 反인권·尹정부 無전략’ 합작품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2. 10. 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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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몰디브에 밀려 낙선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을 위한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이날 선거에서 123표를 얻어 아시아 국가 중 다섯 번째에 그쳐 이사국에 진출하지 못했다./UN제공

우리 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했다. 인권이사회는 유엔 내 인권 관련 최고 의결 기구로, 세계 각국의 인권 침해에 대처·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 불참 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인권 경시 전력,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 부재 등이 빚어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11일(현지 시각) 오전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치러진 이사국 선거에서 총 123표를 얻었다. 아시아·태평양 그룹에 할당된 임기 3년의 이사국 자리 4개를 놓고 6개국이 경쟁한 가운데 방글라데시(160표), 몰디브(154표), 베트남(145표), 키르기스스탄(126표)에 뒤져 5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06년 초대 이사국으로 선출된 이래 가장 최근인 2020~2022년까지 다섯 차례 이사국을 수임(受任)했다. 3연임이 불가능하다는 규정을 감안하면 줄곧 선거에 나가 당선된 것인데 이번에 처음 낙선하게 된 셈이다. 주유엔대표부 측은 본지에 “선거 전 구두·서면으로 한국 지지 의사를 밝힌 나라가 140여 국에 달해 당선을 자신했는데 십수표가 이탈했다”며 “낙선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유엔의 3대 핵심 기구 중 하나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권 유린 문제를 규탄하고, 중국 신장 내 소수민족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 혐의 관련 토론을 요구하는 등 국제 여론을 선도하는 상징성이 큰 조직이기도 하다. 외교가에서는 유엔 정규예산 분담금 기여도 세계 9위인 한국이 ‘인권 후진국’들에 줄줄이 밀려 낙선한 이번 선거 결과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 내 위상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14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을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UN 제공

주요 패인(敗因)으로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 대북 전단 금지, 탈북민 강제 북송 등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해 국제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반인권적 친북(親北) 정책들이 꼽힌다. 지난 수년간 각국의 인권 관련 족적을 토대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이런 전력이 여론 형성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2019년 10월 이사국에 선출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 직후부터 3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동참하지 않았다.

유엔 특별보고관이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 강행 처리를 시도한 대북 전단 금지법, 언론중재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하는 일도 있었다. 또 외교 수장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려다 “우리는 중국이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정의용)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강경화)라고 말해 국제 사회에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다만 외교부 관계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국제기구 선거에 과다 입후보해 외교력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선거조정위원회를 열고 올해 14개 국제기구 선거에 대한 입후보를 결정했다. 이번 이사회 선거를 포함한 4개 선거가 전 재외공관이 동원되는 ‘중점 선거’였는데, 올해 6월 6연임에 성공한 유엔경제사회(ECOSOC) 이사국 선거를 제외한 3개 선거에서 모두 낙선했다. 5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1차 선거 4표, 2차 선거 2표를 얻는 데 그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의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출마가 외교력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국제기구 선거에서는 ‘주고받기’식 투표가 기본인데 너무 많은 선거에 나가다 보니 외교력의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전략을 세우고 여러 곳에 분산된 외교력을 ‘교통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4~2025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당선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결과를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심기 보좌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권의 외교 결과가 국제적 망신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것이 진짜 ‘외교 참사’”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외교 미숙으로 대한민국 위상이 다시 한번 추락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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