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잇단 대북 강경론에 'NO'라고 하지 않는 대통령실
'가능성 제로' 일축 않으면서
정진석 발언에는 표명 자제
대통령실은 12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 주장에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을 일단 유지하면서도 여권에서 나오는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 등 주장을 ‘가능성 제로’ 수준으로 일축하지는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 위원장이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 시 남북의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당과 대통령실이 같이 논의, 검토한 사항이 아니다”라며 “실무 선에서는 모든 것을 검토할 수 있지만 전술핵 재배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거듭된 선긋기에도 여당 내 강경 기류에 윤 대통령 의중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는 데는 윤 대통령의 미묘하게 달라진 발언이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존의 확장억제로 되지 않는다면 확장억제 형태가 변화될 수는 있겠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낼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과 결이 달랐다.
대통령실은 정 위원장의 비핵화 선언 파기 주장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을 경청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이 한·미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북한의 7차 핵실험이 현실화할 경우 입장 변화 가능성에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대통령실은 ‘의견을 경청’하고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는 것이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 핵무장 및 NPT 체제 탈피를 상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여지를 남기는 형식으로 강경론에 선을 긋는 데는 국내 정치적인 요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 사안을 두고 여야 충돌이 격화하며 진영 결집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미리 여당 주장에 가르마를 탈 유인이 약한 상황이다. 전술핵 재배치는 한·미 동맹의 주요 공약인 확장억제에 중대 변화를 꾀해야 하는 선택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손에 잡히는 것, 할 수 있는 것, 현실 가능한 것부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 장관은 전술핵 배치는 반대한다고 했는데 여당 대표와 장관의 생각이 다르고 대체 뭔가”라며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빨리 답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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