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 인권이사국 '충격 낙선'..여당은 또 "전 정부 탓"

유신모 기자 2022. 10. 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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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많은 국제기구 선거에 출마하며 외교력 분산된 듯
국민의힘 "문재인 정부, 북한 인권결의안 불참해 온 결과"
민주당 "정상외교 없었다는 방증..윤석열 정부 또 외교참사"
16년 만에 첫 연임 실패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14개 국가가 2023년부터 시작되는 임기 2년의 신임 인권이사국으로 선출됐다. 2006년부터 인권이사국을 맡았던 한국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연임에 실패했다. 유엔 | 연합뉴스

한국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아시아 8개국 중 4위 안에 들지 못해 인권이사국 연임에 실패했다.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서 탈락한 것은 처음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제사회의 인권·자유 증진을 목표로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에 대처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은 선거 탈락으로 향후 2년간 유엔 인권기구에서 국제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자유’와 ‘가치 외교’ 깃발을 든 윤석열 정부가 국제인권 문제의 상징적 기구인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서 탈락했다는 점에서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47개국이며 유엔 회원국 과반수 득표국 중 다득표순으로 선출한다. 8개국이 이사국에 출마한 아시아 국가 중 상위 득표 4개국이 이사국이 된다. 아시아에서는 방글라데시가 160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몰디브 154표, 베트남 145표, 키르기스스탄 126표 순이었다. 한국은 123표로 5위를 기록해 탈락했다.

한국이 지나치게 많은 국제기구 선거에 출마하면서 외교력이 분산돼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탈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제기구 선거에서는 다른 나라와 ‘표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확보한다. 특정 국가가 한국이 출마한 선거에서 한국을 지지해주면, 한국은 해당국이 출마한 다른 선거에서 그 나라를 지지하기로 약속하는 것이 지지표를 획득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한국은 올해 14개 국제기구에 출마한 상태여서 이 같은 교환 방식으로 확실한 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사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국제기구 선거는 제한된 실탄을 갖고 치르는 전쟁”이라며 “한국이 다른 국제기구 진출에 실탄을 과다 소비하면서 인권이사회 선거에 쓸 실탄이 모자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국제기구 선거를 위해 많은 지지표를 교환하면서 인권이사국 진출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엔이 분열되고 진영 대결 색채가 짙어진 것도 탈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과 여당은 한국의 유엔 인권이사국 진출 실패를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북한 인권범죄를 규탄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4년 연속 불참했다”며 “북한의 심기보좌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권 외교의 결과가 국제적 망신으로 돌아왔다. 이것이 진짜 외교참사”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 국제적 비난을 받는 등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표를 많이 얻은 방글라데시·키르기스스탄·베트남 등은 인권 지표가 한국보다 현저히 낮은 나라라는 점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한 다자외교 전문가는 “1차적 원인은 꼭 이겨야 할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 외교력을 집중하지 않은 현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 외교참사·거짓말 대책위원회도 “다자외교 무대에서 대통령과 외교부 수장이 물밑 외교전을 펼쳐야 하는데 이번 탈락은 정상외교가 통하지 않았거나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또 하나의 외교참사”라고 맹공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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