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2개월 새 2.5%P ↑..차주 1인당 연 이자 부담 160만원 '껑충'

최희진 기자 2022. 10. 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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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5%로 주담대 받으면 월 이자만 200만원..한숨만"
한 번 더 올릴 땐 대출금리 8%대..취약층 어려움 가중
금리 10% 육박 대출상품 등장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한 12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 최고 금리가 10%에 육박하는 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이 붙어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물가상승률이 5%대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원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1년2개월 사이 인상한 기준금리가 총 2.5%포인트에 이르면서,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취약차주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지난해 8월 초 0.5%였던 기준금리는 3%로 뛰어올랐다. 빅스텝을 할 때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6조5000억원 증가한다. 기준금리가 1.0%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은 연간 13조원 불어난다. 이를 합산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2.5%포인트 올리는 동안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32조5000억원 증가하게 된다. 차주 1인당 부담은 연간으로 평균 163만7000원 불어난다.

차주 중에서도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저소득 상태인 취약차주가 추가로 내야 하는 이자는 1인당 평균 129만5000원으로 추산됐다. 취약차주 전체로는 연간 1조7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추가된다. 취약차주는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연간 3000억원, 1.0%포인트 오를 때 연간 7000억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한은이 빅스텝을 취한 영향으로, 시중은행 대출 상품 금리는 상·하단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400~6.848%이며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4.890~7.176%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면 혼합형 금리 상단이 8%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신규로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사를 앞둔 직장인 한모씨(41)는 “주택담보대출로 4억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금리 하단인 연 5%로 대출을 받으면 이자만 월 200만원이 꼬박꼬박 나간다”며 “원금까지 갚을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절에 대출받았던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눈에 띄게 커졌다. 한 시중은행에 따르면 대기업 직원 A씨는 2020년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로 4억6600만원(연 2.91%), 신용대출 1억원(3.66%)을 받았다.

첫 6개월간 A씨는 월 224만7000원을 은행에 갚았으나 2년 뒤인 이달 그의 원리금 상환액은 월 304만8000원으로 36%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각각 5.07%, 6.67%로 뛰었기 때문이다.

가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을 포함한 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빅스텝을 할 때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은 약 3조9000억원 증가한다.

금리 인상기에 기업 대출 규모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은행 대출 창구를 통해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에 NH농협은행을 더한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 대출 잔액은 694조899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3% 증가했다.

기업이 대출을 더 받은 상태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어나 금융권 전체의 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하반기에는 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기업들이 이자 부담을 이겨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업 신용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나빠지면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해져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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