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빅스텝에 기준금리 3%대, 선제적 대응책 마련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연 3.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3%대에 이른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한은은 지난 4월부터 5차례 연속 인상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두 차례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1.75%포인트나 올랐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데도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공산이 크다. 가계와 기업은 지금보다 더 높은 금리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한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초 0.5%였던 기준금리가 3%로 뛰어오르면서 대출자 한 사람이 연간 163만7000원 이자를 추가 부담하게 됐다. 한은이 11월 금리를 또 올리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를 웃돌 가능성이 높아 대출자 이자부담을 가중시킨다. 하향 추세에 접어든 집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부동산 가격은 올해 1~8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3~4%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면서 “빚을 내 부동산을 산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가 사상 처음 3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실물경제 둔화 추세도 뚜렷하다. 경기는 어딘지 모를 바닥을 향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경기 둔화의 목소리가 커지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가 특히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3.25%에서 연말이 되면 4.25~4.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차가 벌어지는 것을 방치하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은 다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고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부실 가능성이 큰 금융부채 고위험 38만1000가구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친 3500여개 한계기업에 대한 보호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이들의 도산은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연체가 급증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가 닥친다고 여기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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