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냉각수 부족

최민영 기자 2022. 10. 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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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하는 탱크 1000여기를 공중 촬영한 사진. 후쿠시마 | EPA연합뉴스

물이 없으면 원자력발전소도 존재할 수 없다. 우라늄 핵분열로 증기를 데워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물로 식혀야 한다. 100만㎾급 원전 한 기를 가동하는 데 초당 약 70t의 냉각수가 들어간다. 원전을 강과 바다 근처에 짓는 이유다. 냉각시키지 못하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원자로가 녹는다. 당시 지진에 따른 해일로 취수구가 망가지면서 열 제거 기능이 마비돼 원전이 폭발했다.

기후변화로 냉각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원자력 발전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세계기상기구(WMO)가 11일 전망했다. 전 세계 물이 부족한 원전 비율이 현재 15%인데 향후 20년간 25%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의 온도가 높으면 냉각수로 부적합하다. 실제로 지난여름 프랑스는 폭염으로 론강 등의 수온이 상승하자 원전 발전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바닷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7월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냉각용 바닷물 온도 기준을 기존 31.6도에서 34.9도로 완화했다. 해수온도 상승으로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다. 원전업계의 최대 화두가 ‘핵’에서 ‘물 관리’로 바뀐 셈이다.

그런데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비단 원전만이 아니다. 담수를 냉각수로 쓰는 화력발전소 33%, 물로 터빈을 돌리는 수력발전소 11%가 물 부족으로 발전량에 제약을 받고 있다. 화석연료를 태운 결과가 가뭄과 폭염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며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열수는 강과 바다의 수온을 높이며 생태계를 흔든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고, 해수온도 상승으로 큰 폭풍이 잦아지면서 연안의 발전소들은 침수될 위험이 더 커졌다.

결국 해법은 냉각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WMO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앞으로 8년간 두 배가량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궁극적 해법은 온실가스 감축인데, 이대로 가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정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 원전은 에너지 위기를 풀 만능열쇠가 아님을 새겨야 한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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