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인권에 저자세 악영향..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 험로 [韓 유엔인권이사국 낙선]

김선영 2022. 10. 1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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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충격의 연임 실패 파장
文정부, 北 인권결의 4년 연속 불참
中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비판 외면
국제사회 비판적 시각 누적결과 분석
올해 국제기구 선거 14개.. 과도한 출마
ILO사무총장 등 중점선거도 4개 선정
3개 선거서 고배.. "당초 무리한 목표"
3대 유엔이사국 동시진출 계획 불발
尹정부 가치외교 이미지 확대 제동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하면서 또다시 ‘외교 참사’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뼈아픈 낙선 결과를 두고 국제기구 선거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실패’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북한과 중국 등 국제 인권 이슈에 대해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문재인정부의 대외 정책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겨누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14개 신규 이사국(임기 2023∼2025년) 선출을 위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이날 선거에 입후보한 8개 아시아 국가 중 5위(득표 123표)에 그쳐 이사국 연임에 실패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한국은 이사국 출마를 선언한 8개 아시아 국가 중 방글라데시,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 4위 안에만 들어도 이사국 진출이 가능한 상황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유엔 내 인권 관련 최고 의결 기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와 함께 유엔의 3대 핵심 기구로 분류된다.

외교가에서는 정부의 치밀하지 못했던 선거 전략이 낙선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올해 많은 국제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인권이사회에서 충분한 지지표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올해 13개의 국제 기구 선거를 치렀고 다음 달 한 차례의 선거를 남겨두고 있다.

2020년에는 11개, 2021년에는 10개의 선거에 입후보했다. 당해 연도 국제 기구 선거 출마 여부는 전년도에 외교부 2차관을 주재로 선거조정위원회를 열어 확정한다. 올해 한국은 중점선거 4개, 중요선거 6개, 일반선거 4개 등 14개의 국제 기구 선거 출마를 준비했다.

특히 외교부가 올해 선정한 중점선거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선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 선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차장 선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 등인데, 이 가운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 선거를 제외한 나머지 3개에서 낙선했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도 “지난해 말 (외교부 선거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좀 과도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중점선거 4개 등의 분포가 다른 해에 비해 부담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적극적인 지지 교섭을 시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충분한 지지표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금년 (국제 기구) 선거에 과다한 입후보를 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 중점선거로 4개를 선정한 자체가 ‘무리수’라고 평가한다. 비영리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법률분석관 신희석 박사는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많은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그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득표력을 소진하고, 지지 교섭력을 분산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낙선을 두고 전임 문재인정부가 북한과 중국 등의 인권 이슈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각이 누적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인권 범죄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에 4년 연속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불참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한 한국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유엔 회원국의 공동성명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요소가 여러 방향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전임 정부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유, 인권, 법치 등에 기반한 ‘가치’라는 키워드를 외교 정책 전면에 내세우고 이른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하며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넓히려던 윤석열정부에 이번 낙선이 미칠 파장도 적잖아 보인다.

2006년 인권이사회가 신설된 후 처음으로 이사국 진출에 실패하면서 추후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2024∼2025년)과 인권이사회·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2023∼2025년)의 동시 진출을 노리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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