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 인권이사국 첫 낙선..방글라데시에도 밀렸다

정준기 2022. 10. 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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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연임에 실패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치러진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 결과 한국은 123표를 얻어 출마한 아시아 국가 중 5위에 그쳤다.

2006년 출범한 인권이사회는 유엔 내 인권 관련 최고의결기구다.

하지만 이번 인권이사회 낙선으로 인해 유엔 3대 핵심 이사회에서 모두 이사국 자리를 꿰차려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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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5위로 낙선.. 출범 후 처음
"후보자 난립해 득표 교섭력 분산"
'가치 외교' 尹 정부 대외 정책 차질
1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을 위한 회의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이날 아시아 국가 중 다섯 번째에 그쳐 낙선했다. 뉴욕=신화통신 연합뉴스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연임에 실패했다. 이사회 출범 16년 만에 첫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정부는 선거전략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며 적잖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가치 외교'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치러진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 결과 한국은 123표를 얻어 출마한 아시아 국가 중 5위에 그쳤다. 반면 방글라데시(160표), 몰디브(154표), 베트남(145표), 키르기스스탄(126표)이 아시아 몫으로 배분된 네 자리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 총 6개국이 나섰는데, 한국과 함께 탈락한 아프가니스탄은 12표를 얻었다.

2006년 출범한 인권이사회는 유엔 내 인권 관련 최고의결기구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경제사회이사회와 함께 유엔의 3대 핵심 이사회로 꼽힌다. 아시아 13개국을 포함한 총 47개 이사국은 193개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과반 득표를 받은 국가 가운데 다득표순으로 선출된다. 임기는 3년이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한국은 인권이사회 출범 원년부터 3연임이 되는 때를 제외한 모든 회차에 출마해 당선됐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여권은 패배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목했다. 임기 5년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참여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이번에 새로 선출된 국가들이 한국보다 인권 수준이 높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언론과 종교의 자유 수준이 낮거나, 일당 독재 등에 시달리거나, 국제사회에서 인권에 딱히 기여한 바가 없는 국가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전직 고위외교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자주 진출하지 못한 국가들에 대해 안배 차원의 투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을 비롯한 서구와 중국·러시아의 대결구도가 심화한 유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최대 패착요인으로 '교섭력 분산'을 꼽았다. 지난해 12월 외교부 선거조정위원회는 △중점선거(4개) △주요선거(6개) △일반선거(4개)에 입후보할 국제기구를 선정했다. 이 중 재외공관망을 총동원해 교섭에 나서는 중점선거와 거점공관을 동원하는 주요선거의 수가 예년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았다.

의욕이 넘치다 보니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것이다. 그 결과 중점선거 가운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을 제외한 다른 선거에서 모두 낙선했다. 유엔 인권이사국도 이에 속한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떨어진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자리도 중점선거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 회원국 간에 투표마다 상호 지지를 주고받기 마련인데 우리가 과도하게 입후보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득표력이 조기에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방법.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앞장서 '자유와 연대'를 외쳐온 터라 정부는 이번 고배가 유독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인권이사회에서 비이사국도 관련 발언을 할 수는 있지만 표결권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문제를 비롯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국제 인권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움직일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한국은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권이사회 낙선으로 인해 유엔 3대 핵심 이사회에서 모두 이사국 자리를 꿰차려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됐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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