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물'이라더니 '삶'이었구나..권혁 '파도를 널어 햇볕에..'

오현주 2022. 10. 12. 18:5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빙하가 녹아내릴 때 이런 '그림'이 나오려나.

형체를 지탱하려는 힘과 형체를 무너뜨리려는 힘, 그 사이에 일어난 마찰이 강렬한 색으로 뻗쳐나온다.

마땅히 고민은 언젠가 사라져버릴 그 현상을 어떻게 잡아낼 건가에 모일 터.

"현상의 찰나를 물감의 색과 물의 흐름으로 포착하는 게 내 작업"이라 설명했지만, 결국 작가는 그게 우리 삶이란 얘기를 한 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작
세상 구성하는 근원이 빚는 '현상'에 관심
형체 가둘 수 없는 순간 현상 '물'로 풀어
"현상 찰나, 물감 색, 물 흐름으로 포착해"
권혁 ‘파도를 널어 햇볕에 말리다’(2022·사진=아트파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빙하가 녹아내릴 때 이런 ‘그림’이 나오려나. 형체를 지탱하려는 힘과 형체를 무너뜨리려는 힘, 그 사이에 일어난 마찰이 강렬한 색으로 뻗쳐나온다. 그런데 슬쩍 눈 돌린 지점에 걸린 작품명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파도를 널어 햇볕에 말리다’(2022)고. 달랑 하나는 건진 셈이다. ‘물’. 감히 형체란 틀로 가둘 수 없는 그것 말이다.

작가 권혁(56)은 세상을 구성하는 근원과 본질이 빚어내는 ‘현상’에 관심이 있단다. 그런데 그 관심이 ‘그림 그리기 좋은’ 바탕인 건 결코 아니다. “만물의 형태·기능을 벗겨 완벽하게 증발시킨 뒤 남는 것에 집중한다”니까. 그래서 작가에게 작품은 “기하학을 도구로 그 남은 것을 온전히 본질로 환원한 연출”이란 거다.

마땅히 고민은 언젠가 사라져버릴 그 현상을 어떻게 잡아낼 건가에 모일 터. 하지만 물이라면 말이다. 빙하가 됐든 파도가 됐든, 뭐든 가능할 테니까. 변화와 순간이 교차하는 현상까지 말이다. “현상의 찰나를 물감의 색과 물의 흐름으로 포착하는 게 내 작업”이라 설명했지만, 결국 작가는 그게 우리 삶이란 얘기를 한 거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저 모든 게 순간의 현상일 뿐이라고.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아트파크서 여는 개인전 ‘파도를 널어 햇볕에 말리다’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65.5×53㎝. 아트파크 제공.

권혁 ‘파도를 널어 햇볕에 말리다’(2022),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162×130㎝(사진=아트파크)
권혁 ‘현상’(Phenomenon Scape·2022), 리넨에 아크릴·실 바느질, 170×134㎝(사진=아트파크)

오현주 (euano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