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물'이라더니 '삶'이었구나..권혁 '파도를 널어 햇볕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빙하가 녹아내릴 때 이런 '그림'이 나오려나.
형체를 지탱하려는 힘과 형체를 무너뜨리려는 힘, 그 사이에 일어난 마찰이 강렬한 색으로 뻗쳐나온다.
마땅히 고민은 언젠가 사라져버릴 그 현상을 어떻게 잡아낼 건가에 모일 터.
"현상의 찰나를 물감의 색과 물의 흐름으로 포착하는 게 내 작업"이라 설명했지만, 결국 작가는 그게 우리 삶이란 얘기를 한 거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상 구성하는 근원이 빚는 '현상'에 관심
형체 가둘 수 없는 순간 현상 '물'로 풀어
"현상 찰나, 물감 색, 물 흐름으로 포착해"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빙하가 녹아내릴 때 이런 ‘그림’이 나오려나. 형체를 지탱하려는 힘과 형체를 무너뜨리려는 힘, 그 사이에 일어난 마찰이 강렬한 색으로 뻗쳐나온다. 그런데 슬쩍 눈 돌린 지점에 걸린 작품명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파도를 널어 햇볕에 말리다’(2022)고. 달랑 하나는 건진 셈이다. ‘물’. 감히 형체란 틀로 가둘 수 없는 그것 말이다.
작가 권혁(56)은 세상을 구성하는 근원과 본질이 빚어내는 ‘현상’에 관심이 있단다. 그런데 그 관심이 ‘그림 그리기 좋은’ 바탕인 건 결코 아니다. “만물의 형태·기능을 벗겨 완벽하게 증발시킨 뒤 남는 것에 집중한다”니까. 그래서 작가에게 작품은 “기하학을 도구로 그 남은 것을 온전히 본질로 환원한 연출”이란 거다.
마땅히 고민은 언젠가 사라져버릴 그 현상을 어떻게 잡아낼 건가에 모일 터. 하지만 물이라면 말이다. 빙하가 됐든 파도가 됐든, 뭐든 가능할 테니까. 변화와 순간이 교차하는 현상까지 말이다. “현상의 찰나를 물감의 색과 물의 흐름으로 포착하는 게 내 작업”이라 설명했지만, 결국 작가는 그게 우리 삶이란 얘기를 한 거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저 모든 게 순간의 현상일 뿐이라고.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아트파크서 여는 개인전 ‘파도를 널어 햇볕에 말리다’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65.5×53㎝. 아트파크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은행에 월세 내는 2030…대출이자 부담에 '잠이 안온다'
- 어록집 출간 이유?…"나는 국힘 당원, 정치인 한동훈 바란다"
- 이재명 `2억대 방산株` 논란…與 "주식작전 하려 국방위 갔나"(종합)
- '밭일에 진심'인 문재인 전 대통령..."수확의 기쁨"
- (영상)"보행신호에 정차했는데 4만원..뭘 잘못했나요"
- [단독]불법촬영 수사 중 '또'…전 대형건설사 직원 결국 구속 송치
- 北 전술핵 운용 훈련까지…전술핵·전략핵이 뭔가요[궁즉답]
- '故구하라 폭력·협박' 최종범…法 "유족에 위자료 7800만원 지급"
- '40대 여배우 아내 흉기 피습'…검찰, 前 남편에 징역 10년 구형
- 똥값 된 금(金)값…이젠 금 사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