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반일 죽창가가 심은 씨앗

최원국 도쿄 특파원 2022. 10. 12. 18: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미·일 합동 훈련을 놓고 연일 친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친일 몰이의 덕을 톡톡히 봤던 이들이 다시 상대를 공격하는 ‘만능키’를 들고나온 것이다. 한일 두 정상이 최근 뉴욕에서 만난 이후 개선되고 있는 한일 관계와 3년 만에 일본 여행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당의 친일·반일 프레임은 식상하지만 그 영향은 강력하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반일 불매 운동이 1년 넘게 이어졌다. 일본 브랜드를 구입하거나 일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친일파’로 매도하기도 했다. 일제 자동차를 타던 사람들은 주변 손가락질에 멀쩡한 차를 바꿔야 할 정도였다.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의 약 60%가 운항을 중단했고, 2019년 하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172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51.1% 줄었다.

반일 운동은 일본 글로벌 브랜드와 일본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은 당시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줄이고 기존 투자금을 회수했다. 한일 갈등 이후 2019년 4분기 한국에 대한 일본의 투자액은 전년보다 77% 줄었다. 양국 간 수입·수출액도 760억달러(약109조원)로 전년 대비 10.7% 감소했다. 결국 두 나라 모두 큰 손해를 본 것이다.

한일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안보 문제, 경제 협력 등 긴밀히 소통해야 할 사안이 많다. 싫더라도 협력해야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정치권에 발목 잡혀 있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한 관료는 “보수 정권에서는 친일 논란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일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부담 된다”며 “의미 있는 관계 개선이 이뤄지려면 결국 민주당 정부에서 결단을 해줬어야 하는데 지난 문재인 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가버렸다”고 했다.

극심했던 당시 반일 운동은 일단 끝났지만, 그 영향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일하는 한 지인에게 자녀 문제로 혼자 일본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으레 입시 교육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유를 물었더니 전혀 다른 답이 돌아왔다. 그는 “아이들이 일본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일본은 나쁜 나라인데 아빠는 왜 일본에서 일하느냐’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반일 죽창가를 외치던 지난 정부 5년 동안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도 일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심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일본 전역을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과 일본 여행을 기다리는 한국 국민들을 볼 때 두 나라의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다시 친일·반일 논쟁의 불을 붙이고 있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 당리당략을 위한 친일 몰이가 미쳤던 영향을 돌아봤으면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