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아울렛 위를 나는 헬리콥터의 비밀

2022. 10. 12. 18: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본 도쿄 인근에 위치한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 두 곳에서 최근 '헬기 관광'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다. 도쿄의 신쥬쿠역에서 특별열차를 이용해 1시간 30분쯤 걸려 후지산 부근역에 가면 일본 최대 규모의 아울렛 '고텐바 프리미엄 아울렛'이 나온다. 290여개의 고급 브랜드가 매우 넓은 땅에 자리잡고 있어서 긴 시간동안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이다. 주로 주말에 가족들이 종종 이용하는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018년 기준 연간 약 1000만명 이상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이 곳도 코로나 시기에는 집객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게다가 다른 형태의 쇼핑센터들이 다양한 프로모션이나 부대시설들을 무기로 방문횟수를 서로 늘리는 전쟁을 하는 통에 이 곳도 부속 호텔을 짓고 미니 유원지를 설치하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며 투자를 해왔다.

그 일환 중의 하나로 올해 1월 아울렛 주차장에 헬기장을 설치하고 헬리콥터를 띄워서 후지산을 중심으로 주변 관광지 등을 유람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결과 탑승을 원하는 고객들이 예상외로 많아서 한시적으로 하기로 했던 서비스를 무기한 연장했다.

총 4가지 코스가 준비돼 있다. 가장 짧은 코스는 약 3분 동안 아울렛과 고속도로 주변 등을 관람하는데 요금은 3900엔(약 3만8000원)이다. 경관이 화려한 후지산 코스와 호수가 보이는 하코네 코스 등은 약 15분 동안의 비행에 1만9800엔(약 19만원)인데 3분 비행 서비스보다 꽤 인기가 높은 편이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하는 멋진 지역은 아니지만 지바현에 위치한 '시스이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도 이와 비슷한 헬리콥터 비행 서비스를 7월 중순부터 시작했다. 이 곳 또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예상보다 많아서 연장하기로 결정하고 인기리에 비행중이다. 심지어 이 곳은 고텐바와는 달리 예약제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완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코스는 5가지가 준비돼 있다. 아울렛 주변을 도는 3분 코스는 4900엔(약 4만8000원), 구주쿠리·마쿠하리 등 주변 해안을 도는 20분 코스는 1만9800엔(약 19만원)이다. 아사쿠사 등 도쿄 시내까지 들어가는 40분짜리 코스 요금은 3만9800엔(약 39만원)인데도 예약이 꽉 찬다. 고텐바의 주변은 후지산 등 경관이 좋아서 타고 싶은 고객이 꽤 있는 건 이해되지만 도심 아울렛 컨셉인 '시스이'에서의 인기는 처음에는 모두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 지역과 가까운 나리타 공항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아마도 날라다니는 '비행기'와 오래전부터 친밀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가설까지 나올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복잡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비행 서비스를 굳이 기획하고 밀어 부쳤을까 궁금하다. 이 아울렛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회사를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서비스는 부동산 개발자인 미츠비시토지 주식회사, 아울렛을 운영하는 미츠비시토지 사이먼 주식회사, 항공사업 등을 다루는 AirX 등 3개사가 전개하고 있다.

물론 겉으로 표방한 이 서비스의 첫째 목적은 '고객 집객'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니 이 미츠비시토지라는 회사는 일본항공 등과 함께 2024년부터 도쿄 도내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서비스사로 선정됐고, 이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야했다. 계획상 내년에는 도내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장소 두 곳을 선정해 거기에서 헬기를 띄우고 내후년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날려야 한다. 그래서 그 전에 헬기를 띄워서 대도시의 하늘을 날아가도 괜찮다고 느끼게 하며 미리미리 '연습게임'을 하며 새로운 시작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100여년 전 철도회사가 철길을 깔면서 유통산업을 이끌었듯이, 앞으로는 부동산 회사가 보유한 땅을 무기로 하늘을 장악하며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도심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부장은 아침 통근 열차에 시달리며 출근하는 반면에 100㎞정도 떨어진 곳에 외딴 집을 빌린 신입사원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출근하는 진풍경이 올까 사뭇 궁금하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