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숙명·수치·죽음, 키워드로 보는 일본의 민낯

박영서 2022. 10.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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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사람은 찬란한 벚꽃을 보며 죽음을 떠올리고, 단순하고 밋밋한 내용의 영화 '철도원'을 보며 눈물을 흘릴까.

왜 일본사람들은 사소한 일조차 목숨걸고 하겠다고 습관처럼 말하는 것일까.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인의 무엇을 대변하는 것일까.

그래서일까, 일본인들은 눈부시게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도 죽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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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적 마음 김응교 지음 / 책읽는 고양이 펴냄

왜 일본사람은 찬란한 벚꽃을 보며 죽음을 떠올리고, 단순하고 밋밋한 내용의 영화 '철도원'을 보며 눈물을 흘릴까. 왜 일본사람들은 사소한 일조차 목숨걸고 하겠다고 습관처럼 말하는 것일까.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인의 무엇을 대변하는 것일까.

책은 일본 문화와 그들의 정체성을 관찰하고 연구한 인문 에세이다. 숙명, 집단주의, 부끄러움과 수치, 죽음 등의 문화를 통해 저자는 오늘의 일본을 읽고 비평의 글을 써내려간다. 예를 들어보자. 에도 시대의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후카쿠 36경'에는 후지산도 삼킬 듯이 덤벼드는 파도에 마구 흔들리는 세 척의 생선잡이 배가 있다. 배에 탄 사공들은 피할 수 없는 거센 파도 앞에 납작 엎드려 있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대하는 자세다. 이런 모습은 자연과 재해에 맞대응하는 일본인의 집단심리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오늘날 이들의 집단정신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마을축제인 '마쓰리'다.

또한 '땅'은 죽음과 친해질 수밖에 없는 자연적 배경이다. 지진이 빈번해서다. 그래서일까, 일본인들은 눈부시게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도 죽음을 생각한다. 이런 죽음의 문화를 확고히 다져놓은 것은 사무라이 문화다. 사무라이는 '배를 주릴망정 명예에 죽고 사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사무라이 문화, 곧 '칼의 문화'는 오늘날까지도 변용되어 곳곳에 스며 있다. '잇쇼켄메이(一生縣命)'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원래는 '주군의 영지를 목숨을 걸고 지킨다는 말'이었다. 후에 '생명을 걸고 열심히 일한다'로 바뀌어 사용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에 대해선 '치유와 단독자, 힐링의 문학'이라 평한다. 1960년대 후반 일본에서 진행되었던 진보 운동은 실패로 남았고, 그 실패로 생긴 결핍과 결여 속에서 발표된 '노르웨이의 숲'은 치유와 힐링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상처를 확인하고 넘어서는 과정은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저자가 13년 동안 도쿄에 머물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담은 책이다. 차근차근 읽어보라. 잘 몰랐던 생생한 일본의 민낯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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