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모두 '우영우'를 찾아나서야

2022. 10. 12. 18: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봉락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인재혁신센터장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변호사로 취업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내용으로 최고 시청률 17%대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도 장애인의 교육과 고용, 사회참여나 인식 개선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은 취업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장애인 취업자의 직업을 살펴보았을 때도 단순노무 종사자의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2배 가량 높다. 또한, 전체 취업인구 중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20.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나, 장애인의 경우에는 동일 분야에서 9.8%로 낮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에서 비추어지는 장애인의 삶과 현실은 괴리가 크다.

우영우 사례가 판타지인지 혹은 현실에서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장애인이 전문분야에서 잠재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1995년 장애인의 공평한 학습권과 기회 제공을 위해 대입 특별전형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대학 이상 학력을 가진 장애인은 15.1%로 전체인구 중 대졸자 비율이 41.7%인 것에 비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최근에는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분야의 전문인력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특별전형 입학생 전공을 살펴보면 주로 사회계열에 치우쳐져 있다. 전공을 고려할 때 장애인 취업 선례가 많은 사회복지 분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영역인 공학 및 자연계열의 입학생 비율은 저조하다.

더구나, 현장의 인력수요와 장애학생의 역량 간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정부출연연구소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기관은 총 3곳으로, 전체 정부출연연구소에서 46억원의 고용부담금을 지불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출연(연) 인사담당자들은 장애인을 고용하고 싶어도 적합한 인재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차별 없이 과학기술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포용성장 전문연구인력양성 사업'을 올해 처음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이공계 석·박사급 대학원생 중심의 연구직군과 학부생 중심의 연구지원·행정직군, 투트랙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학원생의 경우 연구·개발(R&D) 기본기를 익힌 후, 자신이 원하는 출연(연)의 연구자와 매칭하여 도제식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학부생의 경우, 출연(연)에 실제 채용과 연계될 수 있는 직무 수요를 발굴하고, 사전학습을 진행한 후 현장에서 실무역량을 익히게 된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는 A는 정부출연(연)의 연구자로 취업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자신의 장애로 인해 대학원에서 학업을 지속하는 것이 걱정이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A는 교내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포용성장 전문연구인력양성 사업을 알게 되어 지원했다. 현재는 포용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출연(연)에서 데이터 분석 및 장비운영 등 연구지원에 참여하고 있다. 현장 경험을 통해 대학원 진학과 연구수행에 자신감을 얻은 A는 향후 과학기술 분야 진출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

장애인의 취업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기본이 되기도 하며, 적성에 맞는 업무 수행, 동료와의 관계 형성 등 사회참여를 통해 자존감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사람은 누구나 성인이 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자신의 장애로 인해 사회나 조직에 받아들여지지 못하게 될까봐 도전을 두려워한다.

얼마 전,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 때에도 대부분의 질문이 장애가 있음에도 상위 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지 혹은 취업이 가능할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음에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회진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부족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데 제약이 없어야 한다. 장애인 지원은 복지가 아니라 학습권과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서 그들이 누려야 하는 권리다.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은 학생들이 장애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고민과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기관 및 기업에서는 적합한 인재를 기다리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직무를 발굴하고 직원들의 인식 개선을 통해 함께 일하는 문화를 구축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 교육은 다만 희망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했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우리 모두의 배려다. 이를 위해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누군가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