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5곳서 자사주 사들여도.. 꼼짝않는 주가

이윤희 2022. 10.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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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 약세장에 주주환원책
예비기업은 기존지분 매각도 자제
어려운 대외여건에 영향 미지수

국내외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가 증시를 짓누르자 상장사들이 다양한 주주환원책을 통해 주가 부양을 도모하고 있다.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을 달래고, 예비 상장기업은 구주매출을 최대한 줄이고 신주 모집 위주로 상장에 나선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대외 여건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주가가 영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자사주 매입도 막지 못한 주가 하락=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카카오뱅크는 최근 3거래일 연속 신저가를 경신 중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0.28% 하락한 1만7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만705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카카오뱅크는 주가 급락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등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날 카카오뱅크 경영진은 자사주 총 5만685주를 사들였다. 김석 최고전략책임자와 안현철 최고연구개발책임자 등 임원 12명이 지난 6~7일 이틀간 자사주 총 5만685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날 공시에서 밝힌 자사주 매입 규모는 모두 9억6235만원 수준이다. 실제 시행은 올해 회계결산이 끝난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한 만큼 경영진이 먼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회사 주식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을 때 경영권을 보호하고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업 경영진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인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취득으로 거래 주식수가 줄고 회사가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앞서 SKC는 지난 7일 자사 보통주 189만3415주 매입을 발표했다. 발행 주식 총수(3786만8298주)의 5%로 1662억여원 규모다. SKC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오는 11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3개월 동안 매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SKC는 이번 결정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주가는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날부터 12일까지 5% 이상 올랐다.

최근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자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거나 검토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200건이 넘는 자사주 취득 공시가 발생한 것은 2020년과 2022년 두 번뿐"이라면서 "급락 이벤트 발생시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는 하루 평균 5건이 발생했으며 해당 월에는 공시 건수가 전년동월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시장하락기에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가 방어 의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3.2% 급락해 2300선을 하회했던 올해 6월 한 달 간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는 59건이었다. 1년 전 7건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상장 완주' 위해 100% 신규모집 늘어나= 기업공개(IPO) 시장이 냉각하자 상장 예비기업들은 기존 주주의 지분을 매각하는 구주매출도 꺼리는 분위기다. 주주와 재무적 투자자(FI)들도 시장의 위축으로 상장 자체가 어려워지자 당장의 투자금 회수보다는 상장을 성공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구주 매출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구주)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신주는 새로 주식을 발행해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주식이다. 구주매출출의 경우 공모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에게 흘러가므로 구주매출 비중이 높을수록 성장을 위한 IPO로 인식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상장 뒤에도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달 상장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중인 산돌과 반도체 기업 저스템은 신주모집 100%로 상장을 진행한다. 앞서 공모일정을 시작한 핀텔과 플라즈맵,샤페론 등과 최근 상장한 모델솔루션, 알피바이오, 선바이오, 이노룰스도 구주매출을 하지 않았다.

얼마 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한 상장예비업체 관계자는 "높은 구주매출 비중은 공모 이전에 이미 기업설명회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불만어린 목소리를 듣게 되고, 최근에는 경영진들의 '먹튀' 논란으로 주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면서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믿는다면 구주를 보유함으로써 이를 증명하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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