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역대 2번째 빅스텝은 위기대응의 필요조건에 불과

2022. 10. 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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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석달 만에 다시 빅스텝(한번에 0.50%p 금리인상)을 밟았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한은의 이번 빅스텝에도 연말 최소 1%p이상 벌어지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빅스텝으로 불어나는 이자액은 가계, 기업을 합쳐 17조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내년 초까지 빅스텝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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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팔아도 못갚는 가구 38만
불어난 가계기업 이자 17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석달 만에 다시 빅스텝(한번에 0.50%p 금리인상)을 밟았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5%에서 3%로 껑충 올랐다. 한은은 여러 기록적인 수치들을 남겼다. 다섯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것은 한은 역사상 이제껏 없었던 일이다. 3%대 기준금리도 10년 만이다. 한은이 장기 저금리 국면을 끝내고 인상 기조로 돌아선 때가 지난해 8월이었다. 그때 기준금리가 0.5%였다. 3%까지 오는 데 1년2개월밖에 안 걸렸다. 시장 곳곳에서 비명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치솟는 물가, 급등한 환율,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유례없는 초긴축 행보를 감안할 때 한은의 빅스텝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꺾일 것으로 기대했던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5%대 중반에서 꼼짝 않고 있다. 외환시장에선 '킹달러' 위세에 원화가 연일 맥을 못 추고 있다. 달러당 1400원대까지 올랐고 연말 1500원대를 내다볼 지경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긴다. 금리를 올려 환율을 방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연준의 매파 기조가 확연하게 드러난 이상 별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시장은 연준의 내달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 12월 빅스텝 가능성을 유력하게 본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한은의 이번 빅스텝에도 연말 최소 1%p이상 벌어지게 된다. 자칫 대규모 자금유출, 원화약세, 증시폭락의 악순환이 닥칠 수 있는 일이다.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 기업, 정부 모두에 고통의 시간이다. 한은에 따르면 빅스텝으로 불어나는 이자액은 가계, 기업을 합쳐 17조원이다. 부동산 상승기 무리하게 집을 샀던 영끌족, 빚투족은 잠을 못 이룰 것이다. 가지고 있는 집을 팔아도 빚을 못 갚는 가구 수는 38만가구에 이른다. 빚더미 기업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가계대출이 주춤했던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계속 늘었다.

중소영세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매출 1000대 제조업 59%가 3%대 기준금리에선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갑작스러운 자금경색에 힘들어진 알짜기업을 가려내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한계기업, 좀비기업은 이참에 과감히 정리해 금융권으로 번질 수 있는 리스크를 차단하는 것이 맞다. 지금을 구조조정, 체질개선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경기침체 경고음은 지금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현지시간)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2%p 낮춰 2.7%로 조정했다.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경기둔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아 우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내년 초까지 빅스텝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우리는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 등 기나긴 침체와 긴축의 터널 앞에 서 있다. 비상한 각오로 이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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