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영의 시대정신]<3>탈규제 전쟁 사례 한 가지

김현민 2022. 10. 12. 1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심야 시작점이 점점 빨아진다. 40여년 전 심야는 밤 12시 이후였다. 요즈음 심야는 밤 10시 반이다. 앞으론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사대문 안, 강남 번화가 등지에서 심야에 택시를 잡아 봤는가. 택시 수도 줄었지만 어쩌다 만나는 택시 대부분이 예약된 택시란다. 택시 운전자는 장거리 손님을 찾고 있다.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분통이 터진다. 택시비를 많이 주겠다 해도 소용이 없다.

심야에는 택시를 앱에서 예약하려 해도 쉽지가 않다. 일반 택시는 배차가 안 된다고 뜬다. 대신 비싼 요금을 내야 하는 특수 택시는 있단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특수 택시라 해도 예약한다. 그런데 온다는 택시는 그 역시 오지 않는다. 콜을 해약하려 하지만 해약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서울 심야는 서서 우는 동네가 됐다.

이러한 심야 교통전쟁을 즐기는 측이 있다. 진보 야당이다. 이들이 여당이던 시절에 타다를 울 안에 가둬 놓았다. 시대 흐름을 역류시킨 세력이다. 심야 승객은 약간의 돈을 더 주더라도 편하게 택시를 타고 귀가하고 싶다. 그런데 택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택시 부족 환경을 해결하겠다는 타다를 입법으로 저지했다. 제도권으로 집어넣어서 발을 꽁꽁 묶어 놓았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면허제로 올가미를 씌어 놓은 것이다. 기존의 택시 법인에 플랫폼 기술을 덧붙인 격이다.

택시가 시민의 교통수단으로 등장하던 시절인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택시 면허제가 습관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승용차가 일반화된 요즈음 택시 면허를 신규로 받거나 유지하기 위해 면허권자에게 피눈물이 날 정도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택시 인가 대수 유지 여부, 운휴현황, 정비상태, 기사 수, 기사 개별자격, 주차장 보유, 교육실시, 4대보험, 급여지급 등 불요불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법령과 시행령에 따라 규제하고 관리한다. 시민이 불편을 느끼는 심야시간대 운행 실적 등은 안중에 없다.

택시 법인에 막대한 지대가 있다. 이 지대를 지켜 주는 제도권이 있다. 여객자동차법이 지대를 받쳐 준다. 지대는 한번 형성되면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벌게 되는 요술방망이 같은 것이다. 지대는 면허 획득으로 인한 사업권이 큰 몫을 차지한다. 감차하면 돈 받을 권리 등이 지대다. 택시 회사들에 사장, 중역들이 있다. 이들이 택시 기사들이 내는 사납금 소비자다. 법인 택시들은 기사가 없어서 세워 둔 차가 나날이 늘어난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다. 사납금 때문이다. 세워 둔 택시 감가상각비도 사납금 소비처다. 최근에는 택시 기사들이 배송 플랫폼 쪽으로 빠져나간다. 그들은 고소득을 시현하고 있다. 심야에 일을 안 한다. 현재 택시 기사들 마음도 들썩거린다. 앞으로 더 빠져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사업은 택시 기사에게 수입이 더 가게 하는 제도다. 사납금이 기존 법인 택시만큼 높지 않다. 타다 기사는 심야 영업을 기꺼이 한다. 타다는 국민 안전 측면, 국민의 자기 결정권 및 평등권, 기득권 보호라는 양쪽에 균형의 추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여객자동차법에 악어의 눈물이 있다. 수많은 규제가 있는 이 법 말미에 규제 일몰제가 있다. 3년마다 규제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해서 개선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타당성을 평가하려는 대상에 대해 사회적, 안전성, 법률적, 기술적 제반 분야에 대해 현상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타당성의 핵심은 가치 판단 기준이다. 분야별 평가 항목이 여러 개로 나뉠 수 있다. 평가항목별 가중치를 얼마로 두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과도한 가중치 조정으로 판단 결과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심야시간대 귀가 시민의 안전 요구 등 행복추구권과 기득권 택시 법인이 가지는 지대 보호, 어디에 더 방점이 찍히는가에 달렸다. 타다를 계속 제도권 안으로 붙들어 매어 놓으면 시민들의 심야 귀가 전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타다가 활발하게 나다닐 때 시민들은 심야에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이사 yeohy_gis@naver.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