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그들이 머리카락을 자른 이유

이은아 2022. 10.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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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이란 여성 마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헐렁한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내렸을 뿐이었지만 그는 재교육센터로 보내졌고, 사흘 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살해당했다고 확신한 이란인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쿠르드 여성 아미니는 억압의 상징이 됐고, 시위는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시위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들이 선봉에 섰다는 점이다. 그들은 여성의 신체 자율성을 되찾으려 히잡을 불태우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성차별 종식만이 아니다. 수십 년간 계속돼온 독재자의 폭정과 빈부 격차, 경제 불황에 대한 불만으로 정권 반대 구호도 함께 외치고 있다. 그 덕분에 시위는 남녀노소가 동참하는 시위로 확대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결된 세계도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 대표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와 이자벨 아자니, 마리옹 코티야르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연대를 표하기 위해서다. 코티야르는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이란의 용감한 여성과 남성을 위해.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당국은 SNS까지 차단하며 시위를 막아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CNN 기자인 크리스티안 아만포는 지난달 뉴욕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인터뷰할 예정이었지만, 이란 측이 히잡을 쓸 것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결국 인터뷰는 취소됐다.

이란인들은 시위가 아닌 혁명이라고 외친다. 그들은 정권과 맞서 싸우고 있으며, 모바일로 연결된 다른 세계 사람들도 머리카락을 자르고,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함께하고 있다.

2010년 모하메드 부아지지라는 26세 튀니지 청년의 분신(焚身)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아랍의 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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