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자율'평가를 '필수'로 신청?..보수교육감 '일제고사' 가속페달

김민제 2022. 10. 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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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기초학력 회복을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학업 성취도 평가 대상 확대' 정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놓고 지역별 상황이 엇갈리지만, 교육부는 시도교육감의 방침에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도구를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며 "교육감들에게 시·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지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지역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평가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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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강원·제주·충북교육청 등 보수교육감 지역
전수평가 이미 추진 중..대통령 발언에 더 탄력
2011년 7월12일 인천시 남구 문학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이 ‘2011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의 기초학력 회복을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학업 성취도 평가 대상 확대’ 정책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자율’임을 강조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전수평가” 발언과 맞물려 사실상 일제고사가 부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 성향 교육감 당선 이후 전수평가 방식의 학력평가를 추진 중인 일부 지역에선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보수 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부산·강원·제주·충북교육청 등은 전수평가 방식의 학력평가를 추진 중이다. 강원도교육청 11월부터 자체 학업성취도 평가인 ‘강원학생성장 진단평가’를 시행한다. 당초 모든 초4~중3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평가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전임 교육감 시절 강원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가 체결한 ‘도 교육청·교육지원청 주관 학력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단체협약에 따라 희망 학교에 한해 진단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미 지난 8월 관내 학교에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필수로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내 모든 초6·중3·고2 학생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참여하도록 한 상태다. 충북도교육청은 매년 3월·12월 관내 초1∼고1 학생 기초학력 평가를 전수평가로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제주도교육청은 2023년부터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관내 모든 학교가 참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부 시도교육청의 전수평가 재개 움직임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희망하는 학교를 기반으로 해서 시행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학업성취도 평가에 모두 참여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내용을 개정해서 2023년부터는 강원학생성장 진단평가를 모든 학교에서 치를 수 있도록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서울 등은 희망 학교에 한해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밝힌 대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원하는 학교나 학급의 신청을 받아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일제고사 형태의 시험엔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율적인 평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며 “향후 교육부 지침이 어떻게 내려올지 모르지만 일제고사 부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보수 성향 임태희 교육감이 집권했지만 학교의 자율적인 참여에 따라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입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가 자극되면 자율 평가 방침 또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부산에서는 전수평가를 하는데 서울에서는 왜 안 하느냐’는 식의 요구가 나오면서 학부모 간 경쟁이 심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타 지역에서 전수평가를 하게 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놓고 지역별 상황이 엇갈리지만, 교육부는 시도교육감의 방침에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7조에 규정된 시도교육감의 ‘장학지도권’을 이유로 든다. 초중등교육법 7조에는 ‘교육감은 관할 구역의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운영과 교수, 학습 방법 등에 대한 장학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의 자율 시험 방침을 시도교육감들이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감들에게 시·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지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법에서 부여한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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