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쌀값 정상화법' 안건조정위 단독 처리..국민의힘 "일방적 추진"

김윤나영·문광호 기자 2022. 10. 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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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쌀값 안정화 편’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쌀값 정상화법’으로 불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주요 관심법안이다. 국민의힘은 ‘일방적인 추진’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안건조정위를 단독으로 열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안건조정위에서 재적 위원 6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가결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 3명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윤준병 안건조정위원장은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취지로 안건조정위 상정을 요청한 여당이 두 차례에 걸쳐 참석하지 않았다”며 “안건조정위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고 오히려 발목잡기만 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상태로는 건설적 대안을 도출하기 어렵다”면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재량이던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 법안이 쌀 공급과잉을 심화하고 국가 재정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반대한다. 민주당이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법안 통과 저지에 나섰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이재명 대표의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심하게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경작 면적 조정을 위한 대체작물 지원제도, 일정한 조건이 되면 자동으로 시장격리(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 매입)를 해야 하는 자동격리제도 도입을 최대한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선 “농업의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쌀값 정상화법을 실제로 제정 과정에서 심하게 반대하고 비난까지 해놓고 ‘쌀값은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붙인 것을 보고 정말 얼굴이 두껍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양곡관리법을 민생 법안으로 꼽고 ‘민생에 발목 잡는 정부·여당’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농해수위 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이 오늘 안건조정위에서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진정 누구를 위한 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농민단체에서 지적받은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쌀값 가격 실패를 덮고자 하는 법인가. 아니면 현 이재명 대표의 사법위기를 덮으려는 법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향후 농해수위 전체회의, 법사위, 본회의 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진정 대한민국의 쌀 시장의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농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날치기 통과’라는 기존 입장에서 비판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렇게 필요했던 법안이라면 문재인 정부 시절 다수당으로 통과시켰으면 되지 않았나”라며 “재정 부담은 여당에 떠넘기고 쌀값이 문제되니까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하더라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은 농해수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은 국회법 86조3항에 따라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를 우회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법 86조3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60일 이내 체계·자구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안건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해수위 여야 간사 합의나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윤미향 의원과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 수는 전체 19명 중 12명으로 5분의 3 요건을 충족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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