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국 탈락이 문재인 정부 탓?..진짜 원인은 '정부 외교력' 부재

유신모 기자 2022. 10. 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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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회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아시아 8개국 중 4위 안에 들지 못해 인권이사국 연임에 실패했다. 한국이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제사회의 인권·자유 증진을 목표로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에 대처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은 이번 선거 탈락으로 최소한 향후 2년간 세계 최고 권위의 유엔 인권 기구에서 국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자유’와 ‘가치 외교’의 깃발을 든 윤석열 정부가 국제인권 문제의 상징적 기구인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서 탈락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받을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은 총 47개국이며 유엔 회원국 과반수 득표국 중 다득표순으로 선출한다. 8개 나라가 이사국에 출마한 아시아 국가 중 상위 득표 4개국이 이사국이 된다. 개표 결과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방글라데시가 160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이어 몰디브 154표, 베트남 145표, 키르기스스탄 126표 순이었다. 한국은 123표로 5위를 기록해 탈락했다.

한국이 지나치게 많은 국제기구 선거에 출마하면서 외교력이 분산돼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탈락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제기구의 선거에서는 통상 다른 나라와 ‘표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확보하게 된다. 특정 국가가 한국이 출마한 선거에서 한국을 지지해주면, 한국은 해당국이 출마한 다른 선거에서 그 나라를 지지하기로 약속하는 것이 지지표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한국은 올해 14개의 국제기구에 출마한 상태여서 이 같은 교환 방식으로 확실한 표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사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국제기구 선거는 제한된 실탄을 갖고 치르는 전쟁”이라며 “한국이 다른 국제기구 진출에 실탄을 과다 소비하면서 인권이사회 선거에 쓸 실탄이 모자랐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른 국제기구 선거를 위해 많은 지지표를 교환하면서 인권 이사국 진출에 필요한 지지표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엔이 분열되고 진영 대결의 색채가 짙어진 것도 한국의 선거 실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과 여당은 한국의 유엔 인권이사국 진출 실패를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 국제적 비난을 받는 등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표를 많이 얻은 방글라데시·키르기스스탄·베트남 등의 인권 지표가 한국보다 현저히 낮은 나라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다자외교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때문에 유엔인권이사국이 되지 못했다는 주장은 유엔의 선거 매커니즘을 잘 모르는 대중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공세”라면서 “이번 실패의 1차적 원인은 꼭 이겨야할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 외교력을 집중하지 않은 현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유신모 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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