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엇박자에 갈 길 잃은 중소기업

이은영 기자 2022. 10. 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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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만에 동종 업계 중소기업 5곳 중 1곳은 문을 닫았다. 폐업은 안 했지만 개점휴업 중인 곳도 부지기수다."

한 중소 포장용기 제조기업 A사 관계자는 최근 '3고(高) 위기'로 인한 원료 수급 차질, 대출금리 인상을 토로하면서 "경제 위기도 두렵지만 사실 산업 자체가 갈 길을 잃고 있는 점이 더 문제다. 대출 빚보다 정부 정책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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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만에 동종 업계 중소기업 5곳 중 1곳은 문을 닫았다. 폐업은 안 했지만 개점휴업 중인 곳도 부지기수다.”

한 중소 포장용기 제조기업 A사 관계자는 최근 ‘3고(高) 위기’로 인한 원료 수급 차질, 대출금리 인상을 토로하면서 “경제 위기도 두렵지만 사실 산업 자체가 갈 길을 잃고 있는 점이 더 문제다. 대출 빚보다 정부 정책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A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을 이용한 포장용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그간 비분해성 플라스틱을 원료로 썼는데, 정부의 플라스틱 규제가 시작되면서 PLA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료를 바꾸면서 투자금도 많이 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환경부가 돌연 PLA를 친환경 인증에서 제외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투자도 가로막혔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환경부는 PLA가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배출되면 전체 재활용을 저해하는 데다, PLA를 따로 수거하려면 비용이 든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일회용품에 친환경 인증이 붙어있으면 오히려 일회용품 사용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고, 또 앞으로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기 때문에 생분해는 효용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년간 PLA 산업을 일궈온 중소기업들은 PLA를 매립해서 생분해하는 방법 말고도 PLA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할 방법은 많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본을 비롯해 ‘직매립 제로’를 선언한 선진국들은 오히려 PLA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막혀버린 내수시장 대신 해외수출을 탈출구로 삼기도 쉽지 않다.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기업과 합작해 해외에 생산공장을 세우는 등 활로를 찾고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하늘의 별 따기다.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국내에서 기술을 인정받고 가격을 검증받는 등 내수산업이 든든히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자원통상자원부는 생분해 플라스틱 등 ‘화이트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환경부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환경부 결정으로 업계가 고사 직전으로 몰렸는데 산업부에서는 반대로 이 산업을 키우겠다고 하니 희망을 버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정부 정책에는 중소기업의 생사가 달려있다. 20년 간 유지해 온 정책 기조를 정반대로 뒤집으려면, 최소한 마지막 동아줄이 될 대안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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