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치' 노덕 감독 "'믿음이 가진 위력..'연애의 온도'와도 상통" [인터뷰]

김보영 2022. 10. 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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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보라(나나 분)는 지효(전여빈 분)의 모든 것을 온전히 믿어주는 친구죠. 현실에서도 보라같은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리치’는 저에게 ‘믿음’의 갖는 위력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 작품이에요.”

넷플릭스 ‘글리치’로 첫 시리즈물에 도전한 노덕 감독은 작품이 자신에게 지닌 의미를 묻자 “보라와 지효의 관계처럼 ‘글리치’ 덕분에 자신 역시 좋은 동료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효와 보라의 관계를 통해 ‘신뢰’가 한 사람의 내면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깨달았다”며 위와 같이 답했다.

노덕 감독은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첫 시리즈물 ‘글리치’에 대해 “제 전작인 영화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지만, 다 담지 못했던 주제 의식을 ‘글리치’에 어느 정도 담을 수 있었다”라며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방향성에 저 역시 공감하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지난 7일 넷플릭스로 공개된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면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이다.

‘글리치’는 노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첫 OTT 시리즈물로, 지난 5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On-Screen) 섹션에 공식 초청돼 부산에서 관객들을 먼저 만났다. 노덕 감독은 “처음부터 관객들의 취향을 분명히 타는 작품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작품에 임했다”라며 “다수의 관객분들에게 대중적으로 어필한다기보다는 이 작품을 알아봐주시고 이야기의 방향성에 동의해주신 분들이 후회하지 않을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연애의 온도’가 끝난고 비슷한 결의 작품을 기획한 적이 있는데 당시 이를 영화로 풀어낼 자신이 없어 두려웠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다”라며 “넷플릭스란 플랫폼 덕분에 두시간 내로 분량을 끝낼 필요 없이 충분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좋은 플랫폼적 환경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글리치’가 자신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주제의식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끌림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노덕 감독은 “‘특종’은 진실이란 키워드를 다룬 작품이었지만, 진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개인의 ‘믿음’이 끼치는 영향이란 주제를 담았고, ‘연애의 온도’에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세계와 엮여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을 그렸다”라며 “‘글리치’에선 관계와 믿음에 대한 논의가 모두 깔려 있다. 전작들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두 키워드에 얽힌 다채적이고 입체적인 이야기들을 건드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지효, 보라 캐릭터를 향한 애정과 이를 연기한 배우 전여빈, 나나에 대한 신뢰도 엿볼 수 있었다. 노덕 감독은 먼저 전여빈이 연기한 ‘홍지효’ 캐릭터에 대해 “픽션 장르에서 나올 법한 목적성 강한 인물형과는 거리가 멀다. 평범히 열심히 일상을 살고 있는 보통의 인물로 구현이 쉽지 않았지만, 나 자신과 동일시할 정도로 공감이 가는 지점이 많은 캐릭터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효는 나이 서른이지만 아직도 사회생활을 하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는 인물인데 저를 포함한 모두가 그런 지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나나가 연기한 ‘허보라’ 캐릭터에 대해선 “지효의 모든 것을 무조건 믿어주는 보라같은 사람이 인생에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판타지성이 강한 인물”이라며 “그런 점에서 어떻게 보면 보라가 지효의 또 다른 자아, ‘내면의 친구’일 수도 있겠다란 지점까지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나나의 타투 패션 역시 배우 및 의상팀과 보라의 스타일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덕 감독이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라란 캐릭터는 저를 비롯해 스타일링을 하는 분들 입장에서 가장 신나게 작업할 수 있던 캐릭터”라며 “예전에 친구에게 ‘타투’의 의미에 대해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의 신체는 엄마 아빠에게서 수동적으로 물려받은 우리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몸인 반면, 타투는 일부러 우리가 상처를 내 무언가를 각인하면서 새로운 신체로 정립해 거듭난다는 의미가 있다더라”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저는 허보라가 확신에 차있는 인물이고, 지효보다는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력을 보이는 인물이라 생각했다”라며 “수많은 의심을 거친 뒤 이를 해소했다는 의미로 몸에 타투를 새겨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겠다고 상상했다. 의상팀과의 회의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오가면서 나온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시청자들 사이 호불호가 엇갈리는 반응과 관련해선 “기존 작품들 속 관습을 따르지 않은 작품이라는 말에 나 역시 동의한다”라며 “장르물로서 특별한 목적성을 가졌다기보다는 한 인물이 자기 삶에 생긴 의문의 궤적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장르의 관습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예상을 빗겨나갈 여러 포인트들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실험적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넷플릭스란 OTT 플랫폼 형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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