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의문사' 첫 보도한 이란 언론인, 정치범 수용소 갇혔다

김미향 2022. 10. 12. 13: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를 촉발시킨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를 처음 보도한 언론인이 지난달 22일 체포돼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여성운동의 원로인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 하셰미도 지난달 27일 체포된 뒤 보름째 붙들려 있다.

마수드 세타예시 이란 법무부 대변인은 이날 "그(하셰미)는 이슬람 제도에 반대하는 선전과 공공의 평화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금됐다. 재판 일까지 구금된 곳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란 전 대통령 딸 파에제 하셰미도 보름째 구금
10일 시리아에 사는 쿠르드족 정치 공동체 ‘쿠르드족 국가평의회’가 시리아 북동부 하사케주의 카미슐리에 있는 유엔 사무실 앞에서 히잡 반대 시위를 벌이며 히잡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를 촉발시킨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를 처음 보도한 언론인이 지난달 22일 체포돼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여성운동의 원로인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 하셰미도 지난달 27일 체포된 뒤 보름째 붙들려 있다.

<로이터> 통신은 11일(현지시각) 아미니의 사망을 처음 전한 이란 언론인이 현재 비싼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개혁 성향 일간지 <샤르크>(Sharq daily)에서 여성 인권 문제를 취재해온 닐루파 하메디는 지난달 16일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아미니의 부모가 서로 껴안고 울고 있는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혼수상태로 누운 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의 모습에 이란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를 통해 솟구친 분노의 물결이 4주째 계속되는 히잡 반대 시위로 이어지는 중이다.

그로 인해 이 소식을 처음 알린 하메디는 큰 고초를 겪어야 했다. 사진이 게재된 지 엿새 뒤 이란 보안군이 그를 체포했다. 트위터 계정 역시 삭제됐다. 하메디의 변호사인 모하마드 알리 캄피루지는 체포 당일 트위터에 “오늘 아침 정보요원들이 의뢰인 하메디의 집을 급습해 체포하고, 집을 수색해 소지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는 그가 이란의 정치범이 주로 수용되는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Evin prison) 독방에 감금돼 있다고 전했다. 에빈 교도소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전후 정치범이 수용되는 주요 장소였다. 수많은 학생과 지식인이 수용돼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면서, ‘에빈 대학’이라는 악명이 붙었다.

미국 비정부기구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란 당국에 “아미니의 죽음과 그에 따른 시위 때문에 체포된 모든 언론인을 즉각적이고 무조건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하메디를 포함해 최소 28명의 언론인이 보안군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메디의 직장동료 샤흐르자드 헤마티는 <로이터>에 “우리는 하메디가 사무실로 돌아와 이란에서 가난하고 이름없는 여성들에 대해 계속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메디는 가정폭력 희생자들에 관한 심층 보도를 해왔고, 7월엔 이슬람 복장 규정을 어긴 혐의로 체포된 이란 예술가 가족의 사연을 전한 바 있다.

이란 당국은 이번 시위에 강경 대응하며 여성 인권 향상에 적극적이었던 인사들을 연이어 체포하고 있다.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1989~1997년) 이란 전 대통령의 딸이자 원로 여성운동가 파에제 하셰미가 대표적 인물이다. 마수드 세타예시 이란 법무부 대변인은 이날 “그(하셰미)는 이슬람 제도에 반대하는 선전과 공공의 평화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금됐다. 재판 일까지 구금된 곳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전 국회의원인 하셰미는 강압적인 히잡 착용에 반대해왔으며 여성 인권을 주장하다 1999년 폐간된 일간지 <산>(San)의 에디터로 활동했다.

이란 정부는 여전히 강경한 진압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내무부는 11일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이 이번 시위를 부추겼다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란 정부가 이번 시위를 쿠르드 반체제 무장세력들을 포함한 국내외 ‘적’들의 소행이라 보고, 서부 쿠르드족 주거 지역 등에서 무력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헹가우는 이란 북서부 쿠르드족 밀집지역 사난다지 등에서 이란 보안군이 9일부터 강경 진압에 나서 최소 5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4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