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식민사관' 논란에 與 설왕설래.."사과해야" 목소리도(종합)

최동현 기자 김유승 기자 권진영 기자 2022. 10. 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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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친일국방' 발언 응수했다가 유탄 맞은 與..이틀째 '설전' 가열
鄭, 한용운 인용하며 거듭 반박.."국민 눈높이 고려해 사과 판단할 듯"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 축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10.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김유승 권진영 기자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식민사관 발언' 논란을 둘러싼 여권 내 설전이 가열될 조짐이다. 정 위원장은 11일 "조선은 안에서 썩어 망했다"고 한 발언에 시비가 붙자 12일 만해 한용운의 수필을 인용하며 거듭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 위원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만고를 돌아보건대, 어느 국가가 자멸하지 아니하고 타국의 침략을 받았는가. 어느 개인이 자모(自侮·스스로를 멸시함)하지 아니하고 타인의 모멸을 받았는가. 자기를 약하게 한 것은 다른 강자가 아니라 자기며, 자기를 불행케 한 것은 사회나 천지나 시대가 아니라 자기다"라는 구절을 올렸다.

해당 글은 시인 한용운이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쓴 수필 '반성'(反省)을 인용한 것이다. 화자는 "망국(亡國)의 한이 크지 아니한 것은 아니나, 정복국만을 원망하는 자는 언제든지 그 한을 풀기가 어렵다"며 "자기 불행도, 자기 행복도 타에 의하여 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련하기도 하지만 가증스럽기가 더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일본의 침략으로 조선이 패망한 것은 한(恨)스러운 일이지만, 나라가 망한 근본 원인은 내부에 있었다는 지적이다. 화자는 "망국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제이, 제삼의 정복국이 다시 나게 되는 것"이라며 일제로부터 나라가 독립해 부국강병하려면 과거를 반성하고 자강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조선이 안에서 썩어서 망했다'고 한 발언이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이자, 한용운 시인의 수필을 인용해 거듭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한미일 군사훈련이 '친일 국방' 프레임으로 옮아붙자 해당 발언을 했는데, 우리 국방의 '자강'을 강조한 의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의 반박에도 당내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이게 우리 당 비대위원장의 말이 맞나"라며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 비대위원장은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김웅 극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요?"라며 "러시아 침략에 역성드는 것도 기함할 노릇인데"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정 위원장의 발언은) 분명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자칫 이재명 대표의 그릇된 색깔론에 말려들어 소모적인 정쟁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일부 의원들은 정 위원장을 적극 옹호했다. 성일종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국제 정세를 보지 못했고, 오로지 정치에 매몰돼 싸웠던 지도층들이 어떻게 했을 때 나라가 망하는지 종합적으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본질은 북한 핵을 대응하고 있는 국제적 협력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위원장의 발언 논란에 대해 "(정 위원장이) 우리 내부에서도 그런 문제(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대응이 안 된 것에 대해서 우리가 깊이 숙고해 봐야 된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그걸 가지고 사대주의, 식민주의 이렇게 얘기를 하니 참 돼지 눈에는 돼지밖에 안 보인다"고 엄호 사격에 나섰다.

윤상현 의원은 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유 전 의원을 향해 "누가 보면 야당 강경파 정치인인 줄 알겠다"고 직격했다. 이어 정 위원장 발언의 진의에 대해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일본이 조선왕조와 전쟁을 안했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패한 조선이 내부 모순을 이기지 못하고 힘 한번 못 써본 채 일본에 국권을 내주었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당내에서는 '정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견해도 읽힌다. 원내대변인인 장동혁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와 국회 브리핑장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사과해야 하는 사안 아니냐'는 질문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비대위원장이 적절히 판단하실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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