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노벨 과학상 한국인 왜 없나

이용권 기자 2022. 10. 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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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국내에선 수상자는 물론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도 없으니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세계 과학계는 '10월은 노벨상의 달'이라면서 누가 받을지, 어떤 연구가 선정될지 주목한다.

20세기 이후 과학 분야에서만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는 연구자가 많은 대표적인 국가다.

이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전무한 국내 연구 현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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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매년 10월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국내에선 수상자는 물론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도 없으니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세계 과학계는 ‘10월은 노벨상의 달’이라면서 누가 받을지, 어떤 연구가 선정될지 주목한다. 이번 제122회 노벨 생리의학상은 고대·현대인의 DNA 차이를 규명한 스반테 페보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소장이 수상했다. 그는 의대를 나왔지만, 대학원 시절부터 홀로 첨단 유전체 분석 기술을 익혀 사실상 고고 유전학을 개척하는 등 한평생을 인류 진화 연구에 매진한 인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가 그와 같이 한 분야만 연구하는 학자들이다. 20세기 이후 과학 분야에서만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는 연구자가 많은 대표적인 국가다. 1949년 일본에 첫 물리학상을 안긴 유카와 히데키, 2002년 고시바 마사토시, 2008년 고바야시 마코토, 마스카와 도시히데 등은 스승의 연구를 이어받아 연구 결실을 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가업처럼 제자가 스승의 연구를 계승해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일본 특유의 연구문화가 노벨상 수상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전무한 국내 연구 현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연구비만 살펴봐도 국내는 기초과학을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총 연구개발비는 93조717억 원인데, 이 중 기초연구는 12조4481억 원으로 14.4%에 그치고 있다. 응용연구 21.6%(20조786억 원), 개발연구 64.0%(59조5450억 원)에 집중돼 있다. 이는 연구 자체가 정치적 성향을 띠면서 유행을 타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꾸준히 지원해야 하는 기초 분야보다는, 표심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단기 정책에 맞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응용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탓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에서는 에너지·자원 분야 연구가 유행을 탔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실체가 불분명했던 창조경제 관련 연구,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원전·탄소중립 연구가 유행을 이끌었다. 새 정부에서도 반도체 연구가 유행할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정권마다 유행을 타는 연구 풍토에선 당초 목표대로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한 과학계 연구자는 “정부가 과학 연구를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기술로만 바라보는데, 그를 위해선 기초가 저변으로 확대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구비 지원 후 성과를 재촉하고, 학계도 연구비 수주에 급급해 주 전공 분야가 아닌 연구도 진행하고, 실패 가능성이 있는 혁신적 연구는 시도조차 않는 상황이다.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배출한 미국은 탄탄한 기초학문을 토대로 세계 과학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을 받는 데는 핵심 논문 연구를 시작한 후부터 평균 31.2년이 걸렸다. 장기적인 미래 먹거리 원천기술을 위한다면 현재의 단기 성과와 유행 중심의 연구 풍토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초과학의 해’다. 기초과학을 외면하면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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